총수 부재 SK그룹의 두 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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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스킨십 기회 놓쳤네”
관계 돈독 최태원 회장 수감… 삼성-LG 모습 보며 아쉬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기간에 SK그룹이 ‘총수 부재의 한계’를 톡톡히 경험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시 주석 방한 기간 중 ‘과거 인연’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에 크게 아쉬워했다. 시 주석과 인연이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어서 그룹 차원에서 시 주석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05년 7월 저장(浙江) 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으로 초청했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저장 성 항저우(杭州)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SK그룹으로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직접 시 주석을 자사(自社) 제품 전시관에서 안내하며 친밀도를 높인 것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 개막 전 열린 티타임에 참여한 게 시 주석과의 유일한 접촉이었다. 이번 시 주석 방한 기간 중 SK텔레콤은 정웨이(正威)그룹, SKC는 TCL과 각각 정보통신기술(ICT)과 TV용 필름사업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하이닉스 본받아 더 분발하자” ▼

SK그룹 최고경영자 워크숍… 계열사 경영난 극복 의지 다짐


지난달 27, 2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아카데미에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의 키워드는 ‘SK하이닉스’였다.

6일 SK그룹에 따르면 이번 워크숍에서는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하이닉스의 선전’이 주요 화제였다.

전자업계와 증권가에선 1분기(1∼3월) 1조5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실적 하향 또는 정체가 예상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워크숍 참석자들 사이에선 ‘다른 계열사들도 하이닉스를 보고 더 분발해야 한다’, ‘하이닉스의 강한 기업문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반도체 시장이 최근 호황이어서 이익을 내는 것도 있지만 SK하이닉스에는 ‘주인 없던’ 시절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 2위를 지켜낼 만큼 강인한 생존 본능의 기업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이번 워크숍이 사업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일상적인 행사였다고 설명하지만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난 극복을 위한 취지였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SK그룹#시진핑 방한#최태원 회장#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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