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백범은 5년째 대기중

정임수기자 입력 2014-06-21 03:00수정 2014-06-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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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권 지폐 발행 갑론을박 앞면은 백범 김구 선생, 뒷면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대동여지도. 신사임당의 5만 원권과 함께 발행이 추진되다가 2009년 초 중단된 10만 원권의 도안이다.

5만 원권이 발행 5년 만에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잔액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화폐 거래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10만 원권 발행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화폐 단위를 한국 경제 규모와 위상에 걸맞도록 바꿔야 한다는 리디노미네이션 요구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10만 원권도 발행해야”

한때 직장인의 비상금 수단으로 애용되던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는 5만 원권 발행 이후 위상이 추락했다. 10만 원권 수표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는 5만 원권 발행 전인 2008년 374만2000건에서 지난해 112만9000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서를 해야 하는 불편이 없는 데다 자기앞수표에 붙는 발행수수료 등을 아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수표 대신 5만 원 지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거래 과정을 노출하기 싫은 고액 자산가들도 꼬리표가 붙지 않는 5만 원권을 애용한다. 사회적으로는 제조비가 지폐의 50배나 되는 수표 사용이 줄면서 연간 수천억 원의 수표 발행·유통 비용도 절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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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아예 10만 원권을 발행해 국민의 경제활동 편의성을 높이고 화폐 발행 비용을 더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 규모와 1인당 소득 수준, 지급결제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최고액권을 10만 원권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1973년 발행된 1만 원권이 36년간 최고액권 자리를 지키다가 5만 원권에 자리를 내준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최고액권인 100달러짜리(약 10만 원)가 100년 전인 1914년 발행됐다. 일본도 1만 엔권(약 10만 원)을 1958년 선보였고, 2002년 출범한 유로화는 최고액권이 500유로(약 70만 원)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5만 원권이 지하경제의 ‘검은돈’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마당에 10만 원권까지 발행하면 세금 탈루, 뇌물 수수 같은 불법 자금거래가 더 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디노미네이션 효과 엇갈려


10만 원권 발행과 더불어 논란이 계속되는 이슈는 화폐 액면 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이다. 1962년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한 뒤 최고액권은 500원에서 5만 원으로 100배로 커졌고 국민소득은 2000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화폐 단위는 제자리다.

이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이 반복돼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국은행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수단으로 화폐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찬성론자들은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맞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미 달러 환율이 1000 대 1이나 되고 1에 영(0)이 16개나 붙는 경(京) 단위를 쓰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폐개혁이 이뤄지면 장롱 속 현금을 끄집어내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교체 비용부터 전산시스템 교체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에 가격에 대한 혼란 등 계산이 불가능한 부분까지 더하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반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3월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지금 상황에서 상당한 논란과 비용이 불가피한 화폐 단위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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