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추억 여든까지… 동물원의 ‘새싹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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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어린이 동물사랑단’ 운영
자연-과학 체험 멤버십 프로그램… “국제中 입학만큼 힘들다 입소문”
온라인 모집땐 엄마들 클릭 전쟁… 9년간 1만여명 ‘미래고객’ 배출

삼성에버랜드 ‘동물사랑단’ 어린이들이 수의사와 함께 청진기를 통해 아기 오랑우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삼성에버랜드 ‘동물사랑단’ 어린이들이 수의사와 함께 청진기를 통해 아기 오랑우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가영 엄마, 에버랜드 홈페이지 접속했어요?”

“아니요, 지금 접속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간대요.”

지난달 1일 오전 11시 정각 전국 곳곳의 초등학생 엄마들 사이에 난데없는 ‘클릭 전쟁’이 벌어졌다. 삼성에버랜드가 홈페이지에서 ‘어린이 동물사랑단’ 초급반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접속이 폭주했고, 8분 만에 모집 인원 1000명이 모두 찼다.

삼성에버랜드의 최창순 동물원 기획담당 수석은 “접수가 끝나고도 한 달 내내 우리 아이를 추가로 넣어 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이어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더 받아줄 여력이 안 돼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에버랜드는 국내 동물원 최초로 2006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물사랑단을 운영해왔다. 매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년간 단원으로 활동하며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원을 찾아 사육사들과 함께 동물과 자연 생태계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전담 사육사 16명이 직접 제작한 커리큘럼과 교재를 바탕으로 매달 ‘이달의 동물’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뿔 달린 동물’이 주제로 선정되면 뿔 달린 동물들의 종류와 습성, 먹이사슬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프로그램을 거친 어린이는 총 1만2337명. 유성수 동물사랑단 운영 담당 책임은 “이제까지 따로 홍보를 하거나 마케팅을 한 적이 없는데도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이 버스를 대절해 매달 에버랜드를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이를 동물사랑단에 가입시키는 데 성공한 한 학부형은 “요즘 강남 엄마들 사이에선 동물사랑단이 국제중학교보다 들여보내기 힘들다고 소문났을 정도”라며 “아이들 정서 교육에 좋고, 커리큘럼도 자연·과학 체험학습 형태로 짜여 있어 학습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에버랜드가 동물사랑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동물원 자체가 교육적 목적을 가진 공간이란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업적 목적이 강하다. 어릴 적 동물원에서의 추억이 대를 잇는 로열티로 이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일종의 ‘미래 마케팅’ 차원이다.

해외의 선진 동물원들 중에도 같은 이유로 일찍부터 교육용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미국만 해도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과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샌디에이고 동물원’, 플로리다 주 탬파의 ‘부시가든’ 등은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해 동물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에버랜드 측은 “초창기에는 여름방학 기간에만 아카데미 형태의 단기 캠프를 진행했는데 어린이들이 동물원에 대해 느끼는 로열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원제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중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초급반’만 운영하다가 1년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활동하고 싶다는 참가자들이 많아 ‘고급반’과 ‘전문가반’도 추가로 개설했다. 매년 초급반 1000명을 모집하면 그 다음 해 55% 정도가 고급반으로 진학하고 그중 50%가 전문가반도 지원한다고 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동물사랑단 1기 졸업생들 중 어느덧 성인이 된 친구도 많다”며 “별도로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에버랜드를 꼬박꼬박 찾는 것을 보면 확실히 미래 마케팅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에버랜드#멤버십 프로그램#국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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