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소비재펀드, 한달새 줄줄이 손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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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겹치며 내수 침체… 수출기업 위주 투자 확대도 영향

최근 수개월간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던 소비재 펀드(소비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로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주요 소비재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였다. 펀드 설정액이 472억 원에 이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코리아 컨슈머 자1(주식)C’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0.62%였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국내주식형 소비재펀드인 ‘삼성 아시아 소비관련 한국주식1’ 펀드도 최근 한 달간 1.61% 손실을 냈다.

제로인의 황윤아 연구원은 “이들 소비재펀드는 최근 1년 새 수익률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다 한 달 전부터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 악화는 지지부진하던 내수경기에 세월호 참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차재헌 동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4월 이후 소비재 기업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며 “내수경기 침체에 세월호 사고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백화점 주가가 떨어지는 등 소비재 기업에 대한 투자 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환경의 변화도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수출기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 상대적으로 내수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127만 원대에서 140만 원대로 올랐고 기아차는 5만 원대 중반에서 6만 원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주가는 약 37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약 16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하락했다.

국내 소비재 펀드와 함께 해외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도 악화됐다. 지난 1년간 16%가 넘는 수익률을 내며 설정액 6000억 원을 넘긴 ‘미래에셋 글로벌 그레이트 컨슈머 자(주식)종류A’ 펀드는 최근 1개월간 2.5%의 손실을 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소비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JP모간의 해외 소비재 펀드와 중국에 주로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해외 소비재 펀드 1개월 수익률도 ―4∼―2%대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터넷, 소비재 관련 종목에 대한 ‘거품’ 논란이 제기되면서 나스닥 시장에 등록된 이들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도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면서 “최근 소비재 관련 종목의 주가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소비재 펀드 수익률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소비재 펀드#세월호 참사#내수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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