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거품 문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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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 이어 오비도 에일맥주 출시… 4월 롯데까지 가세

국내 맥주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이 ‘맥주 맛’을 따지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군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또 식음료 업계의 강자 롯데가 조만간 맥주산업에 진출하면 기존의 시장 구도가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대형업체들은 라거 위주에서 탈피한 신제품으로 새로운 업계 질서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다음 달 1일 에일 맥주 ‘에일스톤’을 내놓는다고 26일 밝혔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 이미 ‘퀸즈에일’이라는 에일 맥주를 시판한 바 있다.

에일 맥주는 톡 쏘는 맛과 청량감을 강조하는 라거와 달리 맛이 묵직하고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라거 맥주 위주인 국내에서는 전체 소비량의 1%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다.

○ ‘술맛’ 찾는 소비자에 잇달아 에일 출시

아직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에일 맥주 시장에 국내 주요 맥주업체들이 잇달아 뛰어드는 것은 한국 소비자의 맥주 소비 행태 변화, 특히 다양한 술맛의 추구와 관련이 깊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국내 시장에서는 가정용 맥주 출고량이 유흥업소용보다 더 많아졌다. 직장 내 회식이 조금씩 줄어들고 대형마트 등에서 술을 사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부어라 마셔라’로 대표되는, 단순히 취하기 위한 음주 문화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맛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에일은 음식과 함께 반주로 마시는 것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에일을 찾는 사람들이 느는 것은 맥주 맛 자체를 즐기려는 수요의 증가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맥주의 급격한 판매 증가도 국내 맥주업체들을 자극했다. 2012년 한 해외 언론이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는 혹평을 한 것을 시발점으로 해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맥주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8966만 달러어치(약 968억 원)의 맥주가 수입됐다. 이는 2009년 수입액(3716만 달러)보다 141%나 증가한 수치다. 에일 신제품 출시를 담당한 오비맥주 관계자는 “대동강맥주 논란도 신제품 개발에 자극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에일의 시장성을 확신할 순 없지만 우리 기술로 국내 소비자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하이트 “대대적 리뉴얼”… 롯데 진출에도 주목

다양한 신제품의 등장과 함께 맥주 시장의 역학관계 변화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 맥주업계에서는 기존의 양강 구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롯데가 새로 진입하기로 해 큰 변화가 예상된다.

양강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주 시장 점유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1996년 이후 ‘하이트’ 브랜드로 줄곧 1위를 달리다 2012년 오비맥주 ‘카스’의 추격에 따라잡힌 뒤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대대적인 임원 인사가 이어졌고 오너인 박문덕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김인규 대표에게 적극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에는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가 맥주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당장 시장 판도를 크게 뒤흔들진 못하더라도 소주를 통한 강력한 유통망을 쥐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협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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