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류전형 부활 소식에… 취업준비생 혼란, 사교육 시장은 요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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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내가 지원할 때 서류전형이 부활한 거냐’ ‘삼성 취업문이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 ‘전문성으로 평가한다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

삼성그룹이 20년 만에 서류전형을 부활시키며 채용제도를 개편하자 취업준비생들이 충격에 빠졌다.

16일 주요 대학 자유게시판과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 등에서는 삼성 채용에 관한 글들이 쏟아졌다. 특히 서류전형 때 계열사나 직무 관련 전문성을 보겠다는 부분에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쏠렸다. 삼성그룹은 15일 “서류전형의 경우 직무 전문성과 인재상 중심으로 평가한다”며 “이공계는 전공과목 성취도 등을, 인문계는 직무 관련 활동과 경험을 보겠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대졸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교양 과목 수준에 불과한 한국 대학 교육과정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마치 신인드래프트에서 커리어를 보겠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서울 K대 졸업생인 윤모 씨(29)는 “대학도 성적순으로 가는 마당에 대학 입학할 때부터 자기 적성을 찾아서 그와 관련된 공부와 활동만 하다가 졸업하는 학생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대학 총장과 학장에게 ‘인재추천권’을 준 것에 대해서는 지방대가 크게 반기고 있다. 한 지방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에 숨어 있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총장추천제가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삼성 채용제도 개편에 대해 취업 준비생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은 심한 취업난에 주눅이 든 청년층의 불안한 자화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교육 업체들은 이 불안감을 발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취업 학원과 이른바 ‘취업 코치’로 불리는 취업 과외 강사들은 ‘삼성 자기소개서, 이렇게 쓰면 합격한다’는 제목을 달아 검증되지 않은 요령들을 인터넷상에 올리고 있다.

직무적성검사(SSAT)에 역사 항목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한국사 자격증 학원에 대학생들이 몰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진봉 서울지역대학교취업협의회 회장(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 팀장)은 “입사 경쟁의 과열로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상반기 공채부터 적용된다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최선호 인턴기자 경희대 영미어학부 4학년
#삼성#서류전형#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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