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은행, 인천공항 착륙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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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수익에 글로벌 홍보까지” 인천공항 입점계약 6월말 끝나
운영권 놓고 벌써부터 눈치 작전… 지난달 김포공항 점포 입찰땐
“2곳 年임대료 250억” 우리銀 승리

지난해 12월 20일 시중은행들의 이목이 김포공항으로 쏠렸다. 올 1월부터 5년간 김포공항에서 영업할 은행이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로 계약이 끝나 ‘수성(守城)’에 나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새로 입성하려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다. 각 은행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경쟁 은행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은밀히 움직였다. 한 은행은 다른 은행의 견제를 받지 않도록 입찰 설명회에 여직원 1명만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써낸 우리은행의 승리. 우리은행은 국내선에 135억 원, 국제선에 115억 원 등 연간 임대료 250억 원을 써내 운영권 2곳을 따냈다. 110억 원을 써낸 신한은행은 국내선 1곳을 지켰다. 지난 5년간 신한, 하나은행이 지불했던 연간 임차료가 60억 원대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입찰가격이 2배로 뛴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다 보니 입찰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250억 원대의 입찰가격이 오갈지 몰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김포공항 인근 지점을 폐쇄하고 공항 입점을 결정했다”며 “이 정도 임대료에도 충분히 수익이 난다고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 김포에 이어 인천에서 2차전 예고

김포공항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인천국제공항 입성을 노리는 은행들의 격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6월 말이면 인천공항에서 7년째 영업 중인 신한 외환 국민 하나은행 4곳의 입점 계약이 한꺼번에 끝난다. 인천국제공항 측은 3, 4월경 입찰 공고를 내고 은행 운영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입찰에서 탈락하면 공항에 지점과 환전소는 물론이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설치할 수 없다.

이미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기존 4개 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6곳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벌써부터 TF팀을 꾸리고 입찰 가격 및 점포 수익성 계산에 들어갔다.

2007년 하나은행에 인천공항 자리를 뺏긴 우리은행은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회장이 복귀전을 직접 챙긴다는 말도 나온다.

기존 4개 은행이 인천공항에 내고 있는 임차료는 연 140억∼175억 수준. 이번 입찰에서는 입찰가격이 최소 2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김포공항, 김해공항 입찰 때도 기존 임대료의 2배 수준으로 써낸 곳이 낙찰됐다”며 “인천공항은 경쟁이 더 치열해 ‘베팅액’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찾아라

은행들이 공항 입성에 사활을 거는 것은 ‘국가 관문’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막대한 홍보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간 이용객이 4000만 명인 인천공항에 지점이 있으면 저절로 브랜드가 노출돼 고객 인지도와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은행으로서는 환전 수익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출국 고객 상당수가 공항에서 환전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체 지점에서 인천공항 지점의 환전 비중이 12%에 이른다. 최근 수수료가 싼 인터넷뱅킹으로 환전한 뒤 출국 때 공항에서 돈을 찾아가는 젊은 고객도 많다. 실제 인천공항에 지점이 있는 외환은행은 전체 환전 규모에서 인터넷환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지만 지점이 없는 우리은행은 0.43%에 그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항과 화물청사에 입주한 수많은 기업도 놓칠 수 없는 고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공항 환전 수수료를 높여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은행#인천공항#김포공항#환전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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