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쌍끌이 구조로… 서비스업 키워야 ‘퀀텀점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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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혁신 3개년계획 긴급점검]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대우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일자리를 더 늘리기 위해 벤처산업을 육성하고 창업을 장려하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7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방향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전략 및 실행과제’를 마련해 다음 달 말 공식 발표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올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3개년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에 이르도록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차별 없애야 고용 창출

기재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혁신경제 구축 △내수 활성화 등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추진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과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비정규직의 차별 대우를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경우에도 임금과 복지 면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대표적인 비정상적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런 모순을 해소하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없고 경제성장도 힘들다고 보고 있다.

또 결혼한 여성이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현 부총리는 이날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톱 어젠다’로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법체계 내에서의 경쟁을 보장하는 시장경제 원칙을 재정립해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전략 과제에 포함된다. 정부 당국자는 “불법 파업에 엄중하게 대처하되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최고의 선수들인 창조적 기업이 한국이라는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다”며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 기업환경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혁신경제 구축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추진전략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일례로 기재부는 1999년 벤처 붐에 필적할 만한 벤처기업 창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민간을 통한 자금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신생 기업을 측면에서 돕는 대책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일반 국민이 소액 자금을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크라우딩 펀드’를 허용하면 사업 아이디어는 좋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더 늘려 ‘경제 영토’를 확장해 대기업 중심의 편향적 수출구조에 중소기업의 비중을 늘리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내수 활성화는 지난해 말 발표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서비스산업 관련 부처에 차관이 팀장이 되는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다음 주 중 발족해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 자동차 같은 특정 부문의 수출에 편중돼 있는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면 이 같은 서비스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기재부는 보고 있다.

● “보건·의료 중심의 서비스업 육성 필요”

경제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가 3개년 계획의 뼈대가 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성장하는 ‘쌍끌이형’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정부가 강조하는 한국 경제의 ‘퀀텀 점프(대도약)’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경제학)는 “1990년대 이전 한국 경제가 유례없는 고성장을 한 것은 대기업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서비스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해묵은 논쟁인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대안을 모색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비스업 육성이 고용 확대와 경제성장을 위한 해법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산업 육성 과정에서 소외되는 일부 계층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아우르는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내수를 살리려면 서비스업 혁신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구조가 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려면 정치권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혁신 목표를 달성하려면 출산율과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한 프랑스와 미국, 북유럽 국가 등은 공통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국가”라며 “출산율 제고가 경제성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변수인 만큼 직장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녹록지 않은 국민소득 3만 달러 목표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제시한 3가지 경제 목표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현 정부 임기 내 달성하고 4만 달러 달성의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는 대목에 걱정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는 정부로서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지만 국민소득을 단기간에 높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은 약 2만4000달러로 추산된다. 2007년 처음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7년째 답보 상태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서는 데 평균 9년 정도 걸렸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시장의 활력이 떨어져 있는 한국으로선 만만치 않은 목표다. 1인당 4만 달러는 2020년 이후는 돼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올해 3.9%, 내년에 4% 정도 성장하고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2016년경 3만 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고용률, 국민소득, 성장률이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에 있는 만큼 정부로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업 환경을 개선해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면 나머지 2가지 목표도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데 고용률이 70% 미만인 나라는 없다”며 “기업이 기술혁신으로 선진국과 경쟁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박재명·송충현 기자
#서비스업#퀀텀점프#경제혁신 3개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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