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고객 대출까지 연장… 딱 걸린 국민銀

  • 동아일보

299개 지점 대출거래 9544건… 고객 동의없이 약정내용 조작
금감원, 前부행장 등 6명 문책조치… 개인신용정보 무단 조회도 들통

KB국민은행이 대출거래약정서를 마음대로 바꾸고 사망한 고객의 대출 기한을 연장하는 등 각종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올 2월부터 한 달간 국민은행을 종합검사해 여러 건의 위법 사실을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은 전직 부행장 등 임원 6명에게 문책 조치를 내리고 관련 직원들에게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징계 조치를 내리도록 지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299개 지점은 집단중도금 대출을 해주면서 고객 동의 없이 9544건의 대출거래약정서를 마음대로 바꿨다. 대출거래약정서는 부득이한 때에 한해 채무자의 동의를 얻어 절차에 맞춰 바꿔야 한다.

국민은행은 2006년 3월 가계대출 관리지침을 바꾸면서 대출실행센터가 해오던 대출거래약정서 정정에 대한 적정성 점검을 폐지했다. 2011년 7월에는 본점과 영업점이 동시에 해오던 가계대출 확인 업무를 해당 영업점으로 일원화해 점검 기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하고 사망한 고객의 대출 상환 기한을 연장한 사실도 적발됐다. 사망한 고객 3명의 대출금 5억5000만 원에 대해 여신 회수, 채무자 변경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임의로 기한을 연장한 것. 가계대출 기한을 늘리려면 고객에게서 추가 약정서를 받거나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 고객이 사망한 사실조차 몰랐다.

직원 60여 명이 200건 넘게 고객의 개인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1년 5월∼올해 1월 국민은행 직원 59명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고객의 신용정보를 253회에 걸쳐 부당 조회했다.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해 4556억 원의 손실을 낸 것도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2006년 1월∼2008년 5월 8건(6590억 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면서 채무 상환 능력과 사업 전망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대출 심사를 해 은행에 4000억 원대의 손실을 입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에 앞서 철저히 신용리스크를 평가하고 종합적인 심사분석을 통해 대출을 해야 하는데 여러 건의 PF 대출에서 심사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국민은행#KB#국민은행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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