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경제]잘나갔던 마르쉐-씨즐러 어디 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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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 수익성 악화로 폐업-점포수 축소 잇따라

2000년대 국내 외식업계를 이끌던 주역은 단연 패밀리레스토랑이었다. 가족과 연인들이 주말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단란한 식사’를 즐겼다. 월요일에 등교한 아이들은 친구들과 패밀리레스토랑 메뉴에 대해 ‘토론’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은 없는 법. 요즘 페밀리레스토랑들은 점포 수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이다. 일부 업체는 사업을 접었다. 지난 10년을 풍미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 폐업하는 업체도 나와

패밀리레스토랑 붐을 이끌었던 1세대 업체들의 침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나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등은 명동, 광화문 등 서울 시내 요지에 있던 매장들을 최근 잇따라 철수했다. 핵심 상권의 넓은 매장은 임차료 부담이 큰 데다 매출마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 분석이다. 베니건스는 20여 개, TGI프라이데이스는 4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전성기 때의 절반 수준이다. 두 업체는 누적된 적자로 각각 바른손(2010년), 롯데리아(2009년)에 인수된 상태지만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샐러드바 형태를 도입하거나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액)를 낮추는 등 변화를 준 업체들은 지점 수를 늘려가며 명맥을 유지 중이다. 현재 업계에서 지점 수 1위인 이랜드의 애슐리(129개)와 매출 1위인 빕스(87개) 등이 그런 예다. 하지만 이들 업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랜드 측은 “패밀리레스토랑 자체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다른 형태의 외식사업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1세대 중 한 곳인 마르쉐는 올해 5월, 한국 진출 17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대한제당의 자회사 TS푸드앤시스템이 운영하던 패밀리레스토랑 씨즐러도 최근 폐업절차가 완료됐다.

○ 선진국형 테마·부티크 레스토랑의 시대로

패밀리레스토랑들의 퇴조에는 한국의 사회상 변화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 트렌드는 원래 소득 수준과 사회 발달 속도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외식문화가 급격히 유입됐던 1980, 90년대에는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서양식 고급 요리’란 이미지로 소개되면서 중산층 사이에 큰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외식문화가 성숙해지고 취향이 고급화·다양화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은 더이상 ‘새롭고 세련된 외식 장소’가 아니게 됐다. 요즘에는 테마 레스토랑이나 부티크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형적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집한 패밀리레스토랑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특히 1, 2인 가구 증가,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인한 채식 및 저칼로리 음식 선호 등 여러 가지 변화들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외식업계는 다양한 방면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베니건스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파격적인 저가 런치메뉴를 내놓고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한편 주류 판매를 늘려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베니건스 측은 “패밀리레스토랑이란 명칭답게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리뉴얼해 갈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콘셉트나 고급화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 업체들도 있다. 빕스는 프리미엄 버전인 ‘더 스테이크하우스 바이 빕스’를 론칭해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화한 메뉴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썬앳푸드는 최근 토마토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 ‘세레브 데 토마토’를 열었다.

:: 부티크 레스토랑 ::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별 음식점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서비스를 강조하는 레스토랑.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마르쉐#씨즐러#패밀리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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