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풍선 녹차티백 - 터치펜 거치대 신기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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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 한달 만에 2000여건 접수

티백 녹차를 마시다 보면 물을 머금은 티백이 무거워져 손잡이까지 찻잔에 가라앉는 일이 종종 생긴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손잡이를 꺼내자니 민망하고, 모른 척 그냥 마시기도 영 찜찜하다.

‘파랑새’라는 ID를 쓰는 누리꾼은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19일 ‘아이디어 오디션’(www.ideaaudition.com)에 냈다. 티백 끝에 공기보다 가벼운 작은 헬륨풍선을 매달아 티백이 잠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비록 제품으로 만드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누리꾼들은 “카페에서 이벤트용으로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응원했다.

○ 아이디어 내면 시제품 무료 제작

중소기업청이 2일 시작한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에 일반인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한 달도 안 돼 20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모였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화와 창업화 두 갈래로 진행된다. 29일 현재 사업화 아이디어는 2140건, 창업화 아이디어는 124건이 접수됐다. 사업화 부문은 웹사이트 관리자가 우수한 아이디어를 선발해 시제품까지 만들어준다. 매출이 생기면 5∼15%를 아이디어 제공자, 사업 아이디어를 보탠 누리꾼 및 전문가, 관리자가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올리면 곧장 댓글 토론이 벌어진다. 누리꾼 ‘ekaramar’는 레버를 눌러 물을 내리면 자동으로 변기 뚜껑이 닫히는 장치를 제안했다. 무심코 변기 뚜껑을 열어놓아 공기 중 세균이 퍼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버튼식 변기에선 어떻게 하죠?” “볼일을 보다 물을 내리면 뚜껑이 등에 닿겠군요” 등 의견을 쏟아냈다.

작은 아이디어가 누리꾼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그럴듯한 제품으로 발전하는 일도 많다.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에까지 이른 15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구리구리’라는 ID를 쓰는 누리꾼이 5일 올린 ‘터치펜 거치대’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많이 보는 이들에게는 스마트폰 거치대가 유용하지만 들고 다니기 번거롭다는 데 착안해 터치펜과 거치대를 합친 아이디어였다. 여기에 ‘구봉’은 “두께가 다른 아이패드, 갤럭시, 갤럭시노트 등을 모두 커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보탰고 ‘빠가사리’는 “볼트, 너트 식으로 조였다 풀었다 하면 될 것 같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 “누리꾼 집단 지성이 함께 도와”

7월 한 달간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올린 사람은 조남현 씨(52·ID ‘왕대박’)였다. 안경에 부착할 수 있는 햇빛 가리개 등 52개의 아이디어를 낸 그는 30년 넘게 전기 보수업체에서 근무해온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소소한 발명품’을 만들곤 했다. 그는 “혼자 실용신안을 출원할 땐 노력을 많이 쏟아야 했는데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군에 사는 신관희 씨(21·ID ‘신군’)는 아이디어 오디션 테스트 버전이 나왔던 지난해 11월부터 50건이 넘는 아이디어를 올렸다. 그는 “어릴 적 꿈이 발명가였지만 지금은 디자인회사를 차리겠다는 목표로 디자인을 독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접시에 홈을 파 국그릇을 올릴 수 있게 한 ‘곰발접시’ 아이디어를 내 아이디어 오디션으로부터 1250만 원을 받게 됐다.

김성섭 중기청 창업진흥과장은 “국민들이 생활 속 아이디어로 간접 창업을 경험하는 것과 동시에 누리꾼들이 집단 지성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현·김호경 기자 yhkang@donga.com
#아이디어 오디션#중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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