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쇼크’에 놀란 버냉키, 출구서 한발 후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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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달래기… 세계금융시장 화답

코스피 2.93% ↑… 환율 18개월만에 가장 큰 폭 하락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3.44포인트(2.93%) 오른 1,877.60을, 
원-달러 환율은 13.7원 하락한 1122.1원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코스피 2.93% ↑… 환율 18개월만에 가장 큰 폭 하락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3.44포인트(2.93%) 오른 1,877.60을, 원-달러 환율은 13.7원 하락한 1122.1원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출구전략 시행에 신중한 자세를 밝히자 국내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화답했다. 지난달 출구전략 일정을 발표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버냉키 의장이 한 달도 안 돼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첫 100년’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기조를 당분간 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낮은 반면에 재정정책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당분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이 흔들려 경제 회복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연준은 (출구전략 일정을) 늦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반기에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뒤 내년 중반쯤 중단하겠다”는 그의 발언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것을 수습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미 경제에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출구전략 시행의 좌표가 될 노동시장 개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고용시장 호조로 출구전략이 9월로 당겨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나왔지만 버냉키 의장은 “(6월의 실업률) 7.6%는 다소 부풀려진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 기업들이 임시직을 크게 늘려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착시(錯視)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 “미 실업률이 연준이 목표로 하는 6.5%로 내려가더라도 기준금리가 자동으로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시 한번 시장을 달랬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앞서 발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12명의 위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연말까지 양적완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는 실업률 등 경기 상황을 보고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혀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방향은 잡혔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동안 강세를 보였던 달러지수는 1.4% 하락하며 약세로 돌아섰고, 10년 만기 미 국채 값은 상승으로 반전했다.

10일 혼조세를 보였던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일 개장하자마자 크게 상승해 오전 10시 4분 현재(현지 시간) 15,427로 0.89% 올랐고 나스닥지수도 3,554로 0.95% 상승했다.

11일 유럽 증시도 상승세로 출발했다. 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 대비 0.56%, 독일 DAX 지수는 1.10% 뛰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0.87% 올랐다.

아시아 증시도 ‘버냉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스피는 11일 2.93% 급등하며 1,877.60으로 마감했다. 증시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5.13% 상승한 131만2000원으로 올라 다시 130만 원을 돌파했다. 코스닥도 2.25% 오른 527.2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23% 급등했으며 홍콩항셍지수도 2.38%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1∼3%대의 강세를 나타냈다.

서울 환율시장에서도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3.7원 내린 1122.10원으로 원화 강세를 보였다. 이는 2011년 12월 21일 14.5원 하락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무조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말에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구전략의 방향이 정해지고 시기 조절만 남은 만큼 작은 메시지에도 시장이 일희일비하는 불안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손효림 기자 witness@donga.com
#버냉키쇼크#세계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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