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페라리 박물관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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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을 향한 끝없는 열정, 세계인의 ‘드림카’로 탄생하다

올해 선보인 최신 슈퍼카 ‘라 페라리’.
올해 선보인 최신 슈퍼카 ‘라 페라리’.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작은 도시 마라넬로. 인구 1만5000여 명에 불과한 이곳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유독 특별한 이유는 ‘페라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1990년 문을 연 ‘페라리 박물관(Museo Ferrari)’은 더욱 각별한 장소다. 페라리 본사 공장을 지나쳐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페라리의 상징인 ‘도약하는 말’의 거대 조형물이 눈앞에 다가온다. 무의식적으로 탄성이 흘러나올 만큼 위압적인 크기다. 입구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두근거린다. ‘꿈의 자동차’의 역사와 자부심을 한데 모아 놓은 페라리 박물관을 8일(현지 시간) 찾았다.

페라리의 역사는 레이스의 역사


1947년부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연간 생산 대수는 7000대 안팎에 불과한 페라리가 세계 자동차 역사에 남긴 족적은 결코 작지 않다. 페라리는 그 어떤 자동차보다 빠르고 아름다운 ‘슈퍼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록과 기념비적 모델들을 남겼다.

페라리를 논하면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이들의 레이싱을 향한 도전의식이다. 사실 페라리는 일반 판매되는 양산차를 만들기에 앞서 1929년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이름의 레이싱팀으로 시작된 회사다.

‘레이싱 명가’로서의 역사를 과시하려는 걸까.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차는 1994년형 ‘F333 SP’다. 12기통 대형 엔진으로 65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이 차는 데뷔 후 국제모터스포츠협회(IMSA) GT 등 각종 경주대회에서 144전 56승을 거둔 역사적인 레이스카다.

자동차의 역사는 곧 레이싱의 역사라고 했던가. 페라리 박물관이 단순한 자동차전시장이 아닌 이유는 레이싱을 향한 끝없는 열정이 깃들어 있어서다. 세계 레이싱대회의 최고봉인 포뮬러원(F1). 그중에서도 최고의 역사와 실력을 자랑하는 페라리 F1 레이싱팀은 미하엘 슈마허, 키미 라이쾨넨 등 전설적인 레이서들이 활동한 명가(名家)다. 이들의 사진과 직접 몰았던 F1 경주차, 그리고 이들이 거둬들인 수십 개의 트로피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시관에 들어서면 그 장엄한 모습에 숙연함마저 느낄 정도다.

나갈 땐 누구나 ‘페라리 마니아’


페라리 박물관의 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페라리가 지금의 명성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내놓은 숱한 명차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한 경매에서 약 360억 원에 낙찰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로 이름을 올린 1963년형 ‘250 GTO’를 비롯해 ‘테스타로사’ ‘엔초 페라리’ 등 자동차 마니아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할 모델이 가득하다. 박물관의 백미는 페라리가 올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최신 슈퍼카 ‘라 페라리’. 불과 499대만이 생산된 이 희귀한 차의 개발 과정과 실제 차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층에 올라가면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생전 집무실을 그대로 꾸며놓은 전시품이 있다. 출입문을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거대한 방패 로고로 장식하고 각종 경주대회에서의 우승 기념사진을 벽에 빼곡히 걸어둔 그의 집무실은 엔초 페라리가 왜 이탈리아인들에게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기념품 가게를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페라리 브랜드의 의류와 액세서리는 전 세계에서 1분에 95개가 팔린다고 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25만 명의 관람객이 페라리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이 박물관을 찾는다. 페라리의 세계적인 인기는 어쩌면 이들이 자동차에 보낸 열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마라넬로=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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