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 작년 2만여곳 영업 포기

  • 동아일보

■ 건설 연관산업 연쇄 파장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다가 퇴근하는 것도 지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리운전도 뛰고 보험설계사도 하면서 사무실을 끝까지 지킨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포기하려고요. 더이상 희망이 안 보입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10여 년간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해온 김모 씨(52)는 최근 폐업을 결심하고 사무실 정리에 들어갔다. 3년 전만해도 한 달에 서너 건씩 성사시켰던 거래는 지난해 전체를 통틀어 고작 3건에 그쳤다. 수익은 고사하고 매달 사무실 월세 등 중개업소 유지비 200만 원을 감당하기 위해 김 씨의 마이너스통장 빚은 1년 새 2000만 원이나 늘었다. 김 씨는 “불어나는 빚을 막는 길이 폐업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한숨지었다.

건설·부동산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연관산업도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이삿짐센터 가구소매상 인테리어업 등 연계산업은 생계형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서민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2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건설업 종사자는 2007년 184만4900명에서 지난해 177만3000명으로 7만1900명(3.8%)이 감소했다. 건설자재·장비업을 비롯해 중개·이사업, 전기·수도업 등 30여 개 연계산업에 몸담은 종사자 약 70만 명 역시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부동산중개업소 1만8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휴업 상태인 곳을 합하면 2만여 곳이 사실상 중개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보다 침체가 극심한 서울에서는 지난해 폐업하거나 휴업한 중개업소가 5000곳을 넘는다.

거래가 끊기면서 이사도 크게 줄어 약 10만 명이 종사하는 이삿짐업체도 지난해 40% 정도가 폐업했다. 이사업계는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밑바닥 서민들이 부동산 장기불황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셈이다. 가구 가게나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시장침체로 건설 및 연계업종의 일감이 끊기면서 앞으로 관련 산업 일자리가 더 줄어들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액이 101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9조2000억 원(8.3%) 감소한 탓에 앞으로 5년간 건설 취업자 12만6000명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일용직 근로자인 단순노무자 1만8000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건설·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민생 안정, 고용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새 정부에서는 주변 산업의 파급효과까지 감안해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부동산중개업#건설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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