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카페]국제경쟁력 갖출 여건 요구하는데… 한국거래소, 경쟁할 준비는 돼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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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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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경제부 기자
김현지 경제부 기자
“세계와 경쟁하게 해 주세요.”

한국거래소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1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거래소를 찾았을 때 로비에서 이렇게 쓴 종이를 들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발이 묶여 있어서 세계 거래소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마당에 앞서가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한결같이 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일어난 작은 사고 하나만 봐도 그렇다. 한국거래소와 유럽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유렉스(EUREX)는 코스피200옵션을 대상으로 연계거래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29일 유렉스가 연말 장 마감시간을 앞당긴 사실을 모른 채 한국거래소가 국내 투자자에게 “정상 매매 예정”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유렉스 연계 코스피200옵션 거래는 당초 예정보다 3시간 30분 앞서 마감됐고, 야간 거래를 하려고 새벽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수백 명의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매매 중단에 당황했다. 그날은 한 해의 마지막 영업일인 데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도 남아 있어 투자자들은 매우 민감한 상태였다.

이번 일의 1차적 잘못은 변경된 마감시간을 한국거래소에 알리지 않은 유렉스 측에 있겠지만 그저 수동적으로 소식을 전해 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한국거래소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렉스는 11월 중순에 해당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는데 한 달도 넘게 한국거래소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심지어 “해당 상품의 매매수수료는 유렉스와 증권사끼리 나눠 가지는데 우리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는 식으로 한국거래소가 심드렁하게 대응하는 인상마저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국제 장터에서 거래되는 자기 상품의 거래 시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 탓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혹시 공공기관 지정해제 요구는 국정감사니 연봉 동결 같은 공공기관 지정 후 발생한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직원들의 행동부터 공공기관의 대명사 격인 ‘복지부동’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처럼 효율적으로 해야 어떤 주장이라도 ‘먹힐 것’ 같다.

김현지 경제부 기자 nuk@donga.com
#한국거래소#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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