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신뢰도 높은 ‘농협’을 명품 브랜드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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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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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브랜드 경영’ 드라이브

농협중앙회의 계열사로 농약을 생산, 판매하는 영일케미컬은 올 9월 ‘농협케미컬’로 사명을 바꿨다. 농협 브랜드를 사용해 농협의 계열사라는 걸 적극 알리는 것이 경영전략상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농협은 올해 3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며 사업구조 개편을 끝낸 뒤부터 중앙회, 지주회사, 자회사 간 브랜드를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중앙회뿐 아니라 자회사들까지 농협의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면 농협 전체의 이미지가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영일케미컬의 사명 변경은 엄격한 심사와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일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직원의 72%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데 찬성했다. ‘농협케미컬’이란 이름에 찬성한 직원이 61%로 가장 많았고 주요 고객, 소비자 역시 농협케미컬을 가장 선호했다. 영일케미컬이사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명 변경안을 의결했다. 심볼 마크와 로고도 농협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중앙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농협케미컬 관계자는 “이전까지 영일케미컬이 농협 계열사라는 사실을 아는 고객이 많지 않았다”며 “농협이란 브랜드를 쓴 다음부터는 소비자와 고객이 전보다 우리 회사를 더 신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농협 브랜드로 통일하라

비료를 생산, 판매하는 남해화학 역시 농협의 계열사지만 농협케미컬과는 정반대 사례로 꼽힌다. 농협중앙회 브랜드위원회는 최근 남해화학 사명에 ‘농협’을 함께 쓰는 게 어떻겠냐고 권고했다. 영일케미컬 사례처럼 농협 계열사로서 농협과 통일된 브랜드를 사용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남해화학은 내부 논의를 거쳐 남해화학 브랜드를 그대로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해화학이 지닌 브랜드 파워가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국제시장에서도 가치가 높아 농협 브랜드를 병기해 혼란을 주기보다 기존 브랜드를 더 키워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결국 몇 차례의 논의를 거쳐 중앙회와 남해화학은 절충안을 마련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농협의 전통 심볼마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농협 브랜드를 함께 쓰도록 하고, 국제 시장에서는 전처럼 남해화학 브랜드만 쓰게 한 것이다. 남해화학은 절충안을 받아들였고 이 절충안은 국내, 국제시장에서 각각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농협에서 일고 있는 이런 변화들은 농협 내부에서도 혁명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체계적인 ‘브랜드 경영’은 농협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대기업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경영처럼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 혁신을 가능토록 했다는 평가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 농협은 전통과 신뢰의 이미지를 갖춘 농협 브랜드를 중앙회와 지주회사, 소규모 계열사까지 확산시켜 농협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함께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브랜드 전담 조직을 둬 자사 브랜드 가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며 “농협도 규모 면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만큼 대기업들을 뛰어넘는 브랜드 관리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브랜드 가치 높이기’ 다양한 전략

브랜드 경영의 필요성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농협이 자체 조사한 결과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데에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의 4∼6배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명품 브랜드’를 만들면 고객층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게 돼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특히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9배 더 많은 이익을 기업에 가져다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전문가들은 거래의 주도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옮아가면서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돼 이런 현상이 강화됐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기능성’보다 ‘상징성’ 위주로 변화하고, 이런 패턴 속에서 브랜드 가치가 소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농협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사업구조 개편 후 농협 브랜드 관리 추진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했다. 보고서는 농협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 전략으로 △브랜드 관리 기반 재구축 △운용체계 확립 및 보호활동 △브랜드 관리 활동 평가 등을 제시했다.

먼저 브랜드 관리 기반을 재구축하기 위해 ‘브랜드협의회’를 신설했다. 중앙회와 지주사, 지역 농·축협별로 다양한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협의체로 모든 계열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협의회 조직은 중앙회와 각 계열사의 브랜드 관리 책임자들로 구성해 브랜드 전략과 정보, 역량 등을 공유하고 다양한 건의사항을 함께 논의하도록 했다.

계열사들이 농협 브랜드를 사용할 때 심의를 하는 시스템인 ‘브랜드 넷’도 구축했다. 계열사들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브랜드의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농협 상표가 부정하게 사용되는 사례를 발견하면 이곳을 통해 신고도 할 수 있다. 각종 브랜드 관련 질문 및 답변도 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며 임직원들의 브랜드 교육 채널로도 활용된다.

농협 브랜드를 쓸 때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지키도록 하는 실무처리 지침으로 ‘브랜드 관리 매뉴얼’도 마련했다. 농협이 마련한 심의기준에 따르면 농협 브랜드는 ‘농협’, ‘NH’와 기존 로고 등 세 개로 정했고, 하나의 브랜드명에 기존 로고와 NH 로고를 함께 쓰는 것을 금지했다.

계열사가 법인명 및 제품명에 농협 브랜드를 사용하려면 브랜드실무협의회의 심의를 통과하도록 했다. 또 심의를 통과한 브랜드도 정기적으로 ‘브랜드 진단’을 받은 뒤 농협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되면 사용을 중단하거나 개선토록 했다. 기업이미지(CI) 매뉴얼도 정비해 계열사와 지역 농·축협들이 규정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각종 간판, 광고판 등 옥외 광고물도 통일된 디자인에 따라 일괄 교체하도록 했다.

또 정기적으로 브랜드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해 브랜드 가치 평가에 반영하고 전 임직원이 ‘브랜드 전도사’가 될 수 있도록 ‘농협이 반드시 알아야 할 브랜드 관리’ 교육도 했다. 농협방송과 통신연수를 활용해 사이버 브랜드 교육을 강화하고, 신규직원 연수 과정에 브랜드 교육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제 농협 직원들은 모든 영역에서 브랜드 가치를 고민하며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브랜드 부정사용 단호 대처”

“농협 브랜드 가치에 혼란을 주는 행위는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회의를 주관하는 자리마다 틈만 나면 이렇게 강조한다. 최근 열린 정례조회에서도 “명품 브랜드는 사소한 실수도 놓치지 않고 고객을 만족시킨 기업만이 만들 수 있다”며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농협과) 비슷한 이름의 협동조합이 난립하면 농협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당할 수 있으니 적극 대처하자”고 당부했다.

올해 3월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계열사별 브랜드 체계를 새롭게 갖춘 농협은 최근 이처럼 브랜드 가치 상승에 조직의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농협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중앙회와 지주사, 계열사의 특성과 사업 환경을 반영하고, 농·축협 브랜드의 정체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농협 브랜드를 임의로 사용하거나 부정 사용하는 기업, 조합을 적발하는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임직원과 고객의 적극적인 제보를 유도하는 한편 ‘농협 브랜드 사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유사상표가 난립하지는 않는지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 9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를 ‘농협 브랜드 부정사용 특별 신고기간’으로 정해 신고자에게 일정한 포상금을 지급하고 우수한 제보를 한 직원을 표창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도 벌였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상표 무단사용 사례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것”이라며 “농협 브랜드가 그 어떤 명품 브랜드보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전 직원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농협#농협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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