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돈가뭄… 주식시장서 ‘돈 물’ 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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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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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 상장요건 완화 추진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을 통해 중소기업 자금 조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에는 코스닥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증시의 자금 조달 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54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이 27.1% 늘어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11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금융권의 대출 억제가 심했던 2010년 기업대출 증가율이 2.0% 증가하는 데 그쳤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은행의 대출 조이기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사라지는 점이다. 대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도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나 증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은행 대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조달한 자금의 98.2%(479조6000억 원)는 은행에서 빌린 자금이었고 증시나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0.5%(2조5000억 원)에 그쳤다.

중소기업에 대한 증시와 채권시장의 장벽은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커진 올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소기업이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50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472억 원에 비해 62.2%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역시 629억 원에 그쳐 지난해(6622억 원)의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은행의 대출 조이기와 직접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부 중소기업들은 “금융위기 때보다 자금난이 더 심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 3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7%가 자금난이 완화되려면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3일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에서 워크숍을 열어 증시를 통한 중소기업 자금 조달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성장성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당기순이익 10억 원 이상, 매출액 50억 원이나 시가총액 300억 원 이상으로 돼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 적용을 면제해줘 증시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코스닥시장의 유·무상증자 제한 규정과 공시의무를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코스피시장은 현재 매출액 300억 원, 자기자본 100억 원인 상장 요건을 매출액 최근 1000억 원 또는 3년 평균 500억 원, 자기자본 300억 원으로 높여 대형 기업과 중견 기업 중심시장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상장 요건을 합리화하고 공시부담을 완화해 자본시장이 실물경제를 탄력적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개선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중소기업#자금조달#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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