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테마주’ 급락… 개미들 2조원 손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 ‘한탕주의’ 예고된 비극

직장인 장모 씨(30)는 26일 출근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켰다. 그는 8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옛 안철수연구소)과 미래산업 등의 주식을 4000만 원을 들여 매입했다.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전 재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날 그가 보유한 안철수 테마주는 모두 줄줄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그는 벌써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손해 봤다.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주식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안철수 테마주 거품이 그의 사퇴와 함께 일시에 꺼졌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테마주의 몰락으로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총 2조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몰락에 대해 “한탕 심리로 인한 예고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 테마주 ‘올 것이 왔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은 이날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곤두박질하며 3만5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 전 후보의 대선 출마 기대감이 높아지던 1월 4일 최고 15만9900원까지 올랐지만 10개월여 만에 주가가 4분의 1 토막 났다. 안랩은 26일 하루만 602억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안랩과 함께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써니전자, 미래산업, 오픈베이스, 솔고바이오 역시 이날 줄줄이 하한가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테마주의 몰락에 대해 “거품에 가려져 있던 정치 테마주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시세조종 세력들이 ‘이 회사 관계자가 특정 정치인과 친분이 있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개미들이 ‘대박’을 기대하며 뛰어들면서 실적과 상관없이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34개 종목 중 15개 종목은 안 전 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인맥 테마주로 분류되며 이 중 10개 종목은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는데도 9월까지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선 테마주의 거품이 꺼지는 결말은 예견돼 있던 것”이라며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가 결정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인맥을 소재로 한 테마주들이 많이 형성돼 어느 때보다 후폭풍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개미 피해 2조 원 넘을 듯

안철수 테마주의 급락으로 개미들의 피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34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 19일 이후 두 달여 동안 2조2000억 원가량 증발했다. 증권업계는 손실 대부분을 개미들이 떠안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2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세운 ‘안철수재단’에 증여한 주식 가치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그는 당시 안랩 보유주식의 절반인 186만 주를 재단에 기부했다. 이 중 증시에서 처분한 86만 주를 뺀 100만 주의 가치는 사회 환원 선언 당시 1250억 원가량에서 26일 현재 353억 원가량으로 70% 넘게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상승세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관련 테마주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다른 정치인 테마주도 안철수 테마주처럼 급락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테마주가 위험한데도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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