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대한민국 농어촌 활성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농어촌 삶의 질 향상과 특색 있는 마을 만들기 운동인 ‘색깔마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논의됐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대한민국 농어촌활성화 콘퍼런스’에서는 농어촌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왔다. 농어촌 삶의 질 향상과 색깔 있는 마을 육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콘퍼런스에는 농어촌 마을리더, 관계 분야 공무원과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전국 161개 기초생활권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경쟁력지수(RCI)를 평가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올해 RCI 평가에서 순위 상승폭이 컸던 시군들이 우수 사례로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콘퍼런스에서 나온 살기 좋은 농어촌 만들기 주요 전략 및 우수 사례들을 정리했다.
○ 지역 고유자원 발굴 노력 중요
강원 횡성군은 부족한 예산, 열악한 인프라, 인구 유출 등으로 고민을 해왔다. 특히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복지 서비스 인프라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횡성군은 빠듯한 예산에 의존하기보다 지역 자원을 조사하고 발굴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로 했다. ‘우리 이웃은 우리 손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기존 인프라와 지역 인력을 활용해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지역 대학 교수들과 주민들이 연대해 복지지도자 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좋은 사례를 발굴해 공유했다. 박재홍 횡성군 종합사회복지관 국장은 “주민의 욕구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이장, 부녀회장 등으로 이들을 서비스 제공자로 활용하면서 면사무소, 마을회관 등 기존 공간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횡성군은 올해 RCI 평가 항목 중 지역경제력 부문 등에서 순위가 크게 올랐다.
교육 분야에서는 충남 홍동중학교가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학생 수가 줄고 있는 다른 농촌 지역과 달리 이 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으로 2008년 97명이던 학생 수가 현재 152명으로 늘어났다. 홍동중은 지역 내 초중고교 교사들과 연대해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생태친화적 체험학습 프로그램 자료집을 발간하고, 초중고교 연합 방과 후 학교인 ‘햇살배움터’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일반 지역 사회와도 연계해 이들이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있다. 주민교사 멘토링 제도, 장애통합직업교육 등이 대표 사례들이다.
○ 융복합, 통합서비스가 효율적
전문가들은 부족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농어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통합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퍼런스에서는 보건 의료와 복지를 통합한 서비스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보건소는 농어촌 지역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만큼 보건소 옆에 작은 규모의 공간을 확보해서 이를 주간보호센터나 노인정 등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보건소와 통합해서 운영되므로 따로 시설을 지어서 운영할 때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미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목욕탕 시설이 있는 보건소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도 전해졌다.
김정연 충남발전연구원 박사는 “여러 시설과 프로그램을 복합, 연계해야 이용자도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운영 주체도 비용을 아끼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서비스 공급 방식을 융합, 연계하려면 통합적 전달 체계가 필수적인데 앞으로 정책을 고민할 때도 이런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호열 국무총리실 과장도 “1년 내내 사용하기 어려운 단일 시설보다는 4계절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색깔마을 만들기
2011년 최고의 ‘색깔 있는 마을’로 선정된 임실 치즈마을.농림수산식품부는 2015년까지 5000여 개의 ‘색깔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내실 있는 색깔마을 만들기에 대한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색깔 있는 마을 조성 사업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 아래 유무형의 마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구체화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활력 넘치는 마을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수 사례로 소개된 전북 완주군은 농가 비율이 80%인 만큼 이러한 특성을 살려 로컬푸드 시스템, 커뮤니티 비즈니스 방식 등을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올해 4월 개장한 로컬푸드 1일 유통직매장은 농산품을 수확한 당일에 판매하는 매장이다. 농민들은 스스로 농산품의 가격을 정한 뒤 판매점인 농협에 판매액의 10%만 수수료를 주고 나머지는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일 생산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고, 농민 입장에서도 중간 유통마진으로 나가는 비용이 없어 이전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현재 하루 평균 15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과가 좋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색깔마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마을 발전이다. 이를 위해 주민 주도로 마을 과제를 발굴하는 ‘농어촌현장포럼’과 전문인력이 지자체의 색깔 있는 마을 육성을 지원하게 하는 ‘현장 활동가’ 육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주민 스스로 마을 발전 전략을 준비한 곳에 우선적으로 정부 지원을 하고 있다.
색깔마을 조성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윤원근 협성대 교수는 “주민 주도로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지역 특색을 살리는 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가 향후 농촌개발의 대세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색깔마을 만들기는 사람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기원 한림대 교수는 “과거 마을 개발 방식이었던 하향식이 아닌, 주민 주도로 마을을 만드는 상향식 개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주민역량 강화 교육 필수
이번 콘퍼런스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된 마을과 지자체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민 주도’로 마을 만들기를 추진했고, 각 지자체는 주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청남도는 ‘주민 중심의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면서 계획수립과 사업추진을 주민들이 주도하게 했다. 이를 위해 마을 만들기 학교를 설립하고, 마을 리더 육성 교육과정을 구축하는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완주군 역시 주민들의 역량 강화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이날 완주군 사례를 소개한 강평석 완주군 농촌활력과 계장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마을에는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백발백중 실패한다. 마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닌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사후 관리”라며 “완주군은 지역 주민들을 일본으로 보내 벤치마킹을 시키기도 하고, 잘한다는 마을이 있으면 주민들과 함께 가서 배워온다”고 말했다.
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주민들의 의식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우식 퍼포먼스웨이컨설팅 대표는 “마을 사업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 간에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고, 배성의 공주대 교수는 “주민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려면 주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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