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가을 어떤가요?”… 꾹꾹 눌러 쓴 편지 한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롯데百 ‘손글씨 마케팅’


‘산과 들녘에 가을 옷 입은 단풍잎, 은행잎… 가을여행은 다녀오셨나요?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크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니 우리 어머님 같은 고객님 생각이 났어요. 인자한 표정의 소녀 같은 고객님요. 오랜만에 쓰는 편지라 어색하지만 제 마음 이렇게 대신합니다. 잠실점 OOO 올림.’

‘저 멀리서 오시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빛나는 외모에 눈이 부십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처럼 햇살이 예쁜 날이면 꼭 고객님을 보고 싶습니다. 구리점 OOO 올림.’

연애편지도, 부모님에게 쓴 편지도 아니다. 백화점 직원들이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펜으로 꾹꾹 눌러쓴 감사편지다. 롯데백화점은 11월까지 점장, 영업팀장, 매장 관리자 등 영업담당 직원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고객들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편지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상품광고나 기업을 홍보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에서다. 1인당 몇 명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할당량도 없다. 매출 우수고객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고객도 감사편지의 수신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서비스혁신팀은 감동을 주는 편지 작성을 돕기 위해 우수 감사편지 매뉴얼을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예쁘게 디자인한 편지지와 편지봉투도 제작했고, 손편지 쓰는 일에 익숙지 않은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편지쓰기 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이갑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 상무는 “매달 수백만 통씩 발송하는 DM(우편전단), e메일, 문자메시지 등은 효율적인 광고수단일지 몰라도 감동을 줄 수는 없다”며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정성들여 쓴 맞춤형 편지 한 통이 어떤 기계화된 마케팅보다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롯데백화점#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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