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본보기집에는 모처럼 방문객들이 몰렸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가 확정된 영향 덕분이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앞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본보기집은 평소 주말과 달리 500여 명이 방문했다. 포스코건설의 ‘더샵 그린워크’ 본보기집 직원들은 문의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그동안 ‘송도에 집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투자자들에게 이번 GCF 유치가 투자 결정의 계기가 된 것 같다”며 “GCF가 잠재수요층을 자극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잠재수요 자극…분양계약 증가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송도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업체들은 하루에 한 채 팔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GCF 유치 소식과 함께 확 달라졌다. 김화란 포스코건설 과장은 “20, 21일 이틀 동안 65건의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잠재 수요자가 많아 조만간 분양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낙관했다.
송도에서 단지 세 곳을 분양 중인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GCF가 입주할 아이타워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걸리는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주말 방문객이 몰리며 약 60채가 팔려나갔다.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본보기집에서는 일부 미분양으로 남은 로열층을 놓고 서로 계약을 하겠다고 고객끼리 실랑이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정형근 대우건설 송도사업단 차장은 “본보기집 방문객들은 대부분 분양을 받을 뜻이 있었던 분들”이라며 “송도가 당초 계획대로 각종 개발이 이뤄질지 지켜보다 이번 GCF 유치를 신호로 실제 분양을 받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 분양을 시작한 곳 외에 다음 달 분양할 아파트와 오피스텔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 ‘송도 더샵 마스터뷰’ 아파트 1861채와 ‘글로벌 캠퍼스 푸르지오’ 오피스텔 606실이 분양될 예정이다. 김승배 사장은 “소비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 GCF 유치로 그런 불확실성이 많이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올림픽은 개최권을 따내도 실제 주거 및 상업시설 수요는 5년 뒤에 생기지만 GCF는 당장 내년 2월부터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송도에서 아파트, 호텔 등 각종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의 장혜원 이사는 “GCF 유치로 80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송도에 유입될 것”이라며 “아파트와 함께 비즈니스호텔, 상가 등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인구 유입에 따라 배후 수요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개발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지나친 기대는 자제해야”
그렇지만 지나친 기대감에 ‘묻지 마 청약’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송도는 서울 강남재건축, 부산 해운대 등과 함께 한국의 3대 투기지역이라 할 수 있다”며 “투기적 수요가 있다는 것은 급등과 급락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송도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열기’라기보다 ‘온기’ 정도로 보는 게 맞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송도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어지겠지만 그 효과가 인근 영종, 청라지역까지 옮겨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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