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삼성, 소외계층 위한 ‘함께 가는 열린 채용’ 채택

  • 동아일보

창의·열정·소통으로 가치 만드는 인재 키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에 “우수한 사람 한 사람이 1000명,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고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대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인재제일(人才第一). 인재 채용의 중요성은 삼성그룹에 신앙처럼 단단하게 뿌리내렸다.

○ 한국 채용문화의 선도기업


삼성그룹은 채용 방식과 관련해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삼성그룹 채용 방식의 변화는 다른 국내 대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 회사는 1957년에 국내기업 중 처음으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해 27명을 선발했고, 1993년에는 대졸 여성 전문직 공채(139명)를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시작했다. 1995년에는 채용 과정에서 학력·성별을 일절 보지 않는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했고 올해에는 소외계층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함께 가는 열린 채용’ 제도를 채택했다. 이는 기존 열린 채용 제도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가난과 같은 불우한 환경으로 학습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이들에게 별도로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것.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삼성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만6100명을 채용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3급 신입 공채(4년제 대졸)부터 지방대 학생의 채용 비율을 현재의 25∼27%에서 35%까지 대폭 높일 계획이다.

또 3급 신입사원의 5% 수준인 400∼500명을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 및 차상위계층) 가정의 대학생으로 뽑는다. 이에 앞서 4월 그룹 차원에서 시작한 고졸 공채 선발 규모도 기존 500명에서 700명으로 늘렸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100여 명도 별도로 선발한 바 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9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임직원 수는 11만 명이었으나, 올해 9월 기준으로 21만 명으로 고용 규모가 2배로 늘었다. 2007년 이후 연평균 2만 명가량을 꾸준히 뽑았기 때문이다. 고졸 인력도 2007년 이후 5년간 매년 7000명 이상 지속적으로 선발했다.

○ 미래형 인재 육성

삼성그룹은 이렇게 뽑은 인재를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소통을 통해 가치를 창조할 줄 아는 사람으로 육성한다. 구체적으로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프로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 △다양하고 독창적인 발상, 영감, 상상력을 발휘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동료, 이웃, 사회와 협력해 인류에 공헌하는 가치를 만드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른 회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신입 공채부터 고위 임원으로 발탁될 때까지 체계적으로 가동한다.

입사하면 처음 받는 게 삼성그룹 입문 교육. 신입사원이든 경력사원이든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삼성인의 가치와 정신을 이해하고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었다. 삼성의 5대 핵심가치인 △인재제일 △최고지향 △변화선도 △정도경영 △상생추구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해외 지역 전문가 제도도 삼성그룹만의 차별화된 인재 프로그램.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세계 경영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히 해외 문화를 익히는 차원을 넘어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현지화된 삼성맨’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총 4000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현지 전문가가 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대리 이하의 사원들에게 학비를 지원해, 국내외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을 수 있게 하는 ‘삼성 MBA’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MBA 과정을 끝내고, 소정의 자격증을 이수한 사원은 그룹의 예비 경영자이자 차세대 리더로 키우기 위해 관리한다. 크게 국제 경영 감각과 위기관리 능력을 함양하는 ‘소시오(Socio) MBA’ 부문과 경영 감각과 기술 능력을 익히는 ‘테크노(Techno) MBA’ 부문으로 나뉜다. 차장이나 부장으로 승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가르치는 과정도 있다. 아랫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조직 내 문제 해결 등 조직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연차가 높은 부장급을 중심으로 고위 임원을 양성하는 과정도 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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