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내년 성장 2%대-환율 1092원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삼성-현대車-SK-LG “경제상황 악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계에는 저(低)성장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동아일보 산업부가 4대 그룹의 내부 경제전망을 입수한 결과 이들은 평균적으로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2.9%, 세계 경제성장률이 3.1%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외 정부와 경제전문기관이 내놓은 것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4대 그룹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연평균 1092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 “경제성장 2%대, 환율 1100원 미만”

통상 기업의 경제전망은 정부나 연구기관보다 보수적이지만 이 같은 시각차가 지난해보다 더 벌어지는 추세다. SK와 삼성은 내년 국내경제가 각각 2.5%,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저성장 국면이 굳어질 것으로 봤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4.0% 성장 전망과는 큰 차이가 난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SK는 2.7%, 삼성은 3.0%로 전망해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의 예측보다 낮았다.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도 저환율(원화가치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를 제외한 세 그룹은 모두 내년 평균 환율이 올해 최저점을 맴돌고 있는 현재(18일 기준 1105원)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렵다는 전제로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사업계획을 짤 때는 세부 시장별 전망치를 주로 반영하지만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이 전반적인 투자 기조나 비용 지출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은 선도기업의 눈치를 보며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요 그룹이 투자를 줄이면 차례대로 중견·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대기업 투자가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낙수(落水)효과의 반대인 ‘절수(節水)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선택과 집중’ 긴장감 높아져

실제 주요 그룹은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고삐를 단단히 조이는 분위기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7일 임원 회의에서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사업을 어떻게 실천할지, 유사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은 무엇인지, 사업계획에 꼼꼼히 담아라”고 주문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사업계획의 구체적 지침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환경이 어려우니 긴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로 앞당겨 개최한 10월 임원 세미나에서 “선도 사업을 만들지 못하는 임원은 문책하겠다”고 질타한 뒤 이달 세미나를 다시 열어 사업계획을 수립 중인 임원들을 독려할 계획이다. 매월 한 차례 열던 임원 세미나를 두 번 열어 내년 사업 준비를 철저히 하려는 의지라는 해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주요 기업은 경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도 우선순위를 철저히 정해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비용을 30% 줄였고, LG그룹도 조만간 비용 절감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도 자율근무를 줄이고 불필요한 해외 장기출장을 없애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는 과감하게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과 LG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경제가 불확실할 때 기업은 미래에 더 집중해 뛰어넘으려 한다”며 “줄일 것은 과감히 줄이고 늘릴 것은 늘리는 선택과 집중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한국 경제 성장#한국 경제 악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