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요양병원 업체에 원격 무인약품공급기를 공급하게 된 크레템의 김호연 사장이 8일 미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장비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탬파=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8일 미 플로리다 주 탬파 시 탬파컨벤션센터. 미국 최대의 요양의료서비스 전시회가 열린 이곳에 유달리 붐비는 부스가 있었다. 미 최대 요양병원업체인 골든리빙사가 약품공급 자회사로 만든 알릭사알엑스 부스였다. 이곳에 전시된 ‘원격 무인약품공급기(RDU)’를 보기 위해 많은 의료 관계자들이 몰려든 것. 미국에 첫선을 보인 이 장비의 왼쪽 상단에는 크레템이라는 제조사 명칭이 붙어 있었다.
한국의 의료장비 중소기업인 크레템이 이 장비로 미 의료장비 시장을 제대로 뚫었다. 2003년 창업한 이 회사는 약품 조제 및 포장 자동화기기를 만드는 업체.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 원이 약간 넘는다. 크레템은 1, 2차에 걸쳐 알릭사알엑스를 통해 골든리빙 직영 요양병원에 RDU 1000대를 공급한다. 크레템은 4월 알릭사알엑스와 공급계약을 하고 최근 납품을 시작했다. 공급단가는 대당 6만 달러(약 6640만 원). 5년에 걸쳐 약 1000대의 공급이 완료되면 664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매년 130억 원이 넘는 신규 매출을 창출하는 셈. 그 덕분에 올해 매출 목표액을 25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든리빙이 자회사 알릭사알엑스를 통해 직접 약품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개혁법 때문이다. 미 의료업체들은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골든리빙은 비용누수가 많은 곳이 약품 공급체계임을 파악했다. 미 전역에 퍼져 있는 요양병원에 약품을 배달해 주는 기존 공급업체가 있지만 물류비용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약품을 적기에 공급받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일주일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받다 보니 도중에 사망하거나 퇴원하는 노인으로 인해 그냥 버리는 약품만 40%에 달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원격 무인약품 공급기였다. 이 장비는 약사가 처방전을 컴퓨터로 입력하면 통신망을 통해 각 요양병원에 설치된 무인약품 공급기로 전송된다. 요양병원 직원이 키만 누르면 자동으로 조제 포장되어 나온다.
레리 딘스 알릭스알엑스 최고경영자(CEO)는 “적정 약품량(Right dose), 환자에게 맞는 약품(Right Patient), 적시 약품공급(Right time), 올바른 처방(Right reason)이라는 ‘4R’를 구현한 것이 크레템의 무인 약품공급기”라며 “이 기기로 비용을 8%가량 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호연 크레템 사장은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뜻하지 않은 기회가 돼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시장까지 진출하게 됐다”며 “해외에서 매년 20∼30%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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