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인문학 서적 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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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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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 ‘독서경영’ 부활

“경영 안팎의 모든 문제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에 인문학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GS 계열사들은 이에 맞춰 인문학 서적들을 직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1분기(1∼3월)에 ‘이창호의 부득탐승’을 직원들에게 추천했다. 이 책에는 프로바둑기사인 이창호 씨가 바둑을 두면서 느꼈던 ‘느림의 미학’과 ‘변화의 중요성’, ‘이기려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철학이 들어 있다. 2분기에는 직원들에게 ‘현자들의 평생공부법’을 소개했다. GS칼텍스 측은 “단순히 기능적인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책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위기 돌파의 수단으로 ‘독서경영’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독서경영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경제·경영, 자기계발 서적을 넘어 문화, 심리, 역사와 같은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직원들에게 추천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중국에 제2의 CJ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운 CJ그룹은 중국 관련 서적을 직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CJ는 ‘사진으로 보고 배우는 중국문화’, ‘문화산업을 알면 중국이 보인다’ 등 매달 1권꼴로 총 9권의 중국 관련 책을 추천했다. 1995년 중국에 진출한 CJ는 기대와 달리 성적이 좋지 않자 최근 이재현 회장이 “보고서만 화려했지 성과가 없다”며 “시작했으니 (중국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공식적인 추천도서를 선정하지 않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매년 여름이면 내놓은 CEO 필독서가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여름에도 경제·경영 및 인문·교양 분야에서 각각 7권씩을 선정했다.

과거 그룹 오너가 특정 책을 언급하면 임원들이 이를 읽고 다시 직원들까지 따라 읽는 게 일반적인 기업의 독서 관행이었다면 요즘은 도서의 선정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올해부터 북칼럼니스트 김은섭 씨에게 매달 책 한 권을 추천받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책 추천에서 전문성도 확보하고 열린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외부 필자의 추천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은 대리와 과장급으로 구성된 8명이 ‘주니어보드’라는 모임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한다. 주니어보드 멤버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각자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주니어보드는 지금까지 ‘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 버리기 연습’, ‘프레임’,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 등의 책을 소개했다. 동료가 추천한 책이라는 점에서 직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경산업은 올해부터 추천 도서 중 3권을 읽고 감상문을 내는 ‘역량 필독서’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기업#독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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