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大에 밀리고 고졸에 치이고… 전문대 서러운 구직

대기업-금융권 고졸 할당에 취업문 좁아져… 임금은 비슷
“차라리 상고 갈걸… ” 자탄도

“요즘은 진작 상고에 가서 취업부터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여대 취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이 학교 국제관광과 2학년 남다혜 씨는 “예전에는 전문대 졸업자를 뽑던 회사들이 올해는 고졸을 함께 뽑고 있어 취직이 더 어려워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 씨는 이날 고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모 은행의 ‘열린 채용’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 시즌을 맞은 전문대 캠퍼스는 ‘총성 없는 전투’가 한창이다. 최근 고졸 채용 바람이 불면서 전문대 출신을 주로 뽑던 회사들이 고졸 이상으로 지원 자격을 넓히는 바람에 취업이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양여대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고졸과 전문대 졸업자를 함께 뽑는 곳이 지난해까지는 센터에 들어오는 채용 의뢰 중 20∼30%에 그쳤지만 올해는 절반을 넘는다”고 전했다.

고졸과 경쟁해야 하는 일자리가 누구나 선호하는 직장인 대기업이나 금융권이라는 점 때문에 전문대 출신 구직자의 박탈감은 크다. 남 씨는 “고졸보다 2, 3년씩 더 공부한 데 대한 보상은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전문대생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동양미래대(옛 동양공전)는 상반기에 68.6%의 취업률로 졸업생 2000명 이상인 전국 대형 전문대 중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이 학교 학생들은 취업 얘기에 금방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학교 관광경영과 김정아 씨는 “고졸, 4년제 대졸 출신에게 밀려 듣도 보도 못한 회사에 들어가느니 해외 취업을 생각 중인데 국가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이 4년제 대학에만 기회를 주고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취업률 낮으면 승진-호봉승급 불이익”… 교수들 기업 순례하며 ‘졸업생 세일즈’ ▼

문경준 씨(자동화시스템과 2년)는 “스펙을 쌓기 위해 전시회 출품을 할 때면 허무한 생각이 든다”며 “기업들은 제품이 마음에 들면 4년제 대학생에게는 채용 제의를 하지만 전문대생에게선 제품만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 “성인도 청소년도 아닌 주변인”

전문대생의 어려움은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취업을 원하는 전문대 졸업생은 이들을 채용하려는 기업체의 인력 수요보다 2020년까지 15.1%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4년제 대학과 대학원 출신 졸업생은 공급이 각각 11.4%, 1.8% 많은 정도다.

이런 경쟁을 뚫고 취업하더라도 전문대 출신이 받는 임금은 2010년 기준으로 고졸자보다 4.5% 높은 수준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자는 고졸자보다 임금 수준이 29.4% 높다. 전문대생은 학교에 다니느라 들인 기회비용조차 건지지 못하는 셈이다. 이순구 한양여대 취업지원센터장은 “전문대생은 고교생도, 아직 성인도 아닌 ‘주변인’ 신세”라며 “고졸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전문대생들이 취업을 위해 전문성을 쌓으며 투자한 시간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수님은 ‘졸업생 세일즈’ 중

한양여대 취업지원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올해 말까지 남은 날수를 적어 놓은 알림판이 붙어 있다. 전문대 취업률은 연말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직장 가입자 수로 평가한다. 이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밀리면 정부의 재정 지원은 물론이고 재학생의 학자금 대출 보증까지 중단된다. 학교 역시 취업률 높이기가 가장 절박한 과제라는 뜻이다.

한양여대는 올해부터 “목표 취업률을 채우지 못한 교수는 승진은 물론이고 호봉 승급에서도 배제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졸업반 지도교수들은 틈날 때마다 기념품을 들고 업체를 찾아다니며 ‘졸업생 세일즈’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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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