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률 꼼수… 교내 인턴 수백명 뽑고 “취업 명문대” 홍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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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개大 중 28곳이 뻥튀기… 교직원 164명 징계

교수가 운영하는 업체에 학생을 허위로 입사시키거나 교내에 채용하는 방법으로 졸업생 취업률을 부풀려온 대학이 대거 적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취업률이 크게 상승하는 등 자료가 의심스러운 전국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2011년 취업통계 실태를 감사한 결과 28곳(88%)이 ‘뻥튀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6일 밝혔다.

○ 대학은 취업 마법사?

A대는 6개 학과에서 직장이 없는 졸업생 63명을 해당 학과 겸임교수 등이 운영하는 업체 13곳에 허위 취업시켰다. 이 과정에서 졸업생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이들의 인적사항을 업체에 제공했다. 한 학과는 재학생에게 사용해야 할 실험실습비로 허위 취업 졸업생의 건강보험료까지 대납했다.

B대도 교수와 강사가 운영하는 4개 업체에 졸업생 51명을 입사시킨 것처럼 꾸몄다. 허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졸업생 12명의 도장을 무단으로 만들었다. C대의 한 부교수는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에 학생 9명을 허위 취업시켰다.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교수는 지난해 5월 허위 취업자에게 223만2000원의 급여를 지급한 뒤 조교 계좌로 돌려받았다. D대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이 취업하지도 않은 14개 업체에 52명분의 인턴보조금 5630만 원을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적발된 허위 취업자는 16개 대학에서 284명이었다.

실적을 높이려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졸업생을 가입시킨 대학도 8곳 있었다. E대는 겸임교수와 시간강사가 운영하는 3개 업체에 미취업자 10명을 비상근 직원으로 들여보낸 뒤 직장건강보험에 가입시켰다. 비상근 근로자는 직장건강보험 가입이 제외돼 있다.

또 3개 대학에서는 졸업생 745명을 학교가 채용한 듯이 꾸몄다. F대는 졸업자 중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10명을 학위 과정에 진학했다고 속여 통계를 냈다. 적발된 28개 대학 교직원 164명에 대해 교과부는 징계를 요구했다.

○ 취업률 압박에 교수들도 피해자

정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하거나 교육역량강화사업 대학 선정,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심사를 할 때마다 취업률을 평가요소에 포함시킨다.

특히 정부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결정하는 취업률 기준을 지난해보다 높임에 따라 대학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4년제 대학은 45%에서 51%로, 전문대는 50%에서 55%로 높아져 지방 중하위권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교과부는 지난달 1일부터 전국 대학의 2012년 졸업자 취업률을 조사하고 있다. 결과는 8월 말 공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의 교수들은 대학본부로부터 ‘조작을 불사하라’는 수준의 압박을 받는다.

학과장의 압박에 시달리던 전남지역 전문대의 한 이공계 교수는 “평소 아는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서류상 취직’을 시켜 달라고 사정해 상반기에 4명을 가까스로 입사시켰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학과 회의 때마다 취업률을 그래프로 그려 보고한다. 교수 생활 10년 만에 처음 당하는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교과부는 26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발된 대학 이름은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체 대학을 조사한 게 아니고, 일부 교수의 문제로 특정 대학만 부각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인사들은 “대학 이름을 공개해야 학생도 알고 대학도 무서워한다. 교과부의 과잉보호가 먼저 없어져야만 비리가 근절된다”고 비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학#취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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