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주년]투자 최소화, 회수 극대화… LH ‘부채 공룡’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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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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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으로 본 LH 재무구조 개선 노력

연말 기준, 2008년 이전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단순 합계치.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LH경영공시
연말 기준, 2008년 이전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단순 합계치.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LH경영공시
2010년 8월 노사가 공동으로 비상 경영 선포식을 갖는 자리에서 이지송 사장(가운데)와 직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10년 8월 노사가 공동으로 비상 경영 선포식을 갖는 자리에서 이지송 사장(가운데)와 직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100조 원이 넘는 빚더미의 부채 공룡.’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표적인 오명이다. LH가 우리나라 토지·주택 사업을 도맡아하는 공기업이다 보니 각종 정책사업으로 인해 부채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로 분리돼 있을 당시 중복된 사업, 과도한 인력 등 방만한 경영 탓도 컸다.

2009년 두 기관이 통합해 LH가 출범했을 때에도 하루 이자만 100억 원에 달하는 재무구조가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LH는 통합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착실히 수행해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등 빠른 속도로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고 있다.

○ 부채 증가율 낮춰 정상화 기틀 마련

주공과 토공의 통합 당시 LH는 자산 130조 원, 부채 109조 원을 안고 출발했다. 금융부채 또한 2009년 말 기준 75조 원으로 이자로만 하루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과거 주공과 토공 각각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주공은 자금 회수가 어려운 임대주택 대량 건설에 치중돼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 비율이 2003년 107%에서 2009년 386%로 5년간 무려 279%포인트 늘어났다. 임대 사업이 매년 손실이 나자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고 결국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토공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토공의 금융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96%에서 297%로 급증했다. 경기 고양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과 세종·혁신도시사업 등에서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자금 회수가 어려웠다. 재고자산이 쌓여 갔지만 이를 사업으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다.

이에 LH는 통합 직후 양 기관 간 중복 된 기능을 줄여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무리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연간 사업 투자규모 45조 원에서 30조 원 안팎으로 축소, 임직원들의 임금 반납 및 동결, 전 직원 판매력 강화 등을 성실히 해나갔다.

LH 측은 ‘투자 최소화, 회수 극대화’와 ‘선(先)재무, 후(後)사업’이라는 기본 원칙을 확정하는 등 강한 재무 개선 드라이브를 걸었다.

LH 관계자는 “이때부터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는’ 정책 방향을 확고히 했으며 지금까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무구조가 빠르게 정상화로 돌아서고 있다. 통합 직후인 2010년 금융부채는 전년보다 9조3000억 원 증가한 84조4000억 원으로 12.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2009년까지 매년 3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2011년에는 증가율이 더 낮아져 6.4% 수준을 나타냈다.


○ 전사적인 판매 나서며 위기 돌파


과거 지지부진했던 토지와 주택 판매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도 재무구조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통합 직후인 2010년에는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1년 판매전담부문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 전략으로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2011년 토지와 주택에서 각각 14조3000억 원, 7조9000억 원의 실적을 거둬 총 22조2000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도 16조 원에 비하면 38%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대금회수 실적도 좋아졌다. 2011년 16조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5%(3조4000억 원)가량 많아졌다.

판매 강화로 2011년 매출액 기준 전체 공기업 중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는 총수입 14조4492억 원, 총 지출 13조6889억 원으로 7603억 원의 흑자를 달성하며 ‘부채 공룡’ 탈출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사업 축소와 판매 강화 덕분에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2011년 당기순이익은 8054억 원으로 2010년 대비 51.6%(2742억 원) 급증했다. 매출액순이익률 또한 2009년 3.68%에서 2010년 4.11%, 2011년 5.37%로 2009년 통합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 건설사들이 속속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LH의 경영지표가 나아지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재무구조의 개선 여지가 보이자 LH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 통합 당시 어려움이 컸던 채권 발행이 상당 부분 정상화돼 올해 1분기에 6조2000억 원의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11년 같은 기간(2조4000억 원)보다 253%나 증가한 금액이며 이 중 10년 이상 장기채 비율이 절반을 넘어 투자자들의 신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성민 LH 사업계획조정실장은 “올해 2월과 3월에는 채권 1조4000억 원가량을 조기 상환하는 등 유동성도 크게 개선됐다”며 “사업 구조조정과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는 만큼 부채 등 재무 구조가 계속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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