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000억 영상펀드 만들어 ‘제2 싸이’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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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채 회장 “3년간 개인-中企에 콘텐츠 제작 지원”

“현실적으로 이 업계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없어 뭘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KT가 1000억 원 규모의 영상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과 1인기업의 영상 콘텐츠 제작을 돕겠다는 계획을 17일 밝혔다. 이 돈은 앞으로 3년 동안 영상과 애니메이션, 음악 등의 제작에 투자된다. KT는 올레TV와 KT스카이라이프 등 미디어분야 매출의 2%인 200억 원을 매년 투자하기로 했다. 매출이 늘어나면 이 액수도 늘릴 예정이다. 또 KT 외에 방송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등 외부 투자도 받기로 했다.

KT가 제작비를 대고 장비도 싼값에 대여해 줄 테니 능력 있는 개인과 중소기업은 멋지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KT를 통해 서비스해 달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쉽게 투자를 받지 못했던 영세한 외주제작사가 제작비 투자를 받을 길이 다양해진다. 또 기존 지상파 방송 등 방송시장 외에 인터넷TV(IPTV)를 통해 콘텐츠 유통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T와 기존 방송사의 갈등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이석채 KT 회장은 “현재 부딪히는 갈등은 바다를 항해하다 만나는 작은 파도”라며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미래를 향해 가는 기업이 이긴다”고 말했다.

아직 KT의 방송유통채널인 IPTV와 위성방송 시청자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IPTV와 위성방송 등을 합친 KT의 시청자는 약 600만 가구고 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것도 지상파 방송이 대부분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지금 IPTV의 잠재력을 1%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KT가 기존 방송국처럼 각 가구로 콘텐츠를 뿌려주는 방식이 지금의 IPTV인데 연말까지 이를 바꿔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웹 같은 방식의 IPTV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유스트림과 숨피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KT 플랫폼도 콘텐츠 제작자에게 매력적인 통로”라고 덧붙였다. 유스트림은 유튜브와 비슷한 미국의 동영상 서비스지만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생중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KT는 이 회사의 미국 본사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유스트림코리아의 지분 51%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숨피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한류 전문 웹사이트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심지어 1인 벤처기업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반성도 있었다. 예전에 KT가 최저가 입찰 한 가지 방법만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공급받던 관행에 대한 얘기였다. 그는 “과거 IPTV 셋톱박스를 납품받아 보니 경쟁사 제품보다 KT의 셋톱박스가 제일 복잡하고 후졌다”며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새 기술, 새 아이디어를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을 대기업으로 덮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름 모르는 사람들이 주역이 되고 수많은 기업이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덜 가져가고 더 내놓겠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할 때 KT도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KT#영상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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