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무지방 우유 넣은 커피믹스로 해외시장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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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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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남양유업은 18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시에 커피 전용공장을 짓는다고 6월 밝혔다. 나주시 금천면에 들어설 이 공장은 2013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800억 원은 남양유업의 5년 치 영업이익과 맞먹을 정도의 거금이다. 불황기에 이런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투자에 나선 것은 최근 이 회사가 커피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로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1년 6개월여 만에 대형마트 판매 점유율 20% 중반대를 유지하기에 이르렀다.

남양유업 측은 “커피믹스 시장에선 외국계 경쟁사들과 충분히 승부를 펼쳐볼 만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외국계 회사들에 비해 로열티나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고 제품 개발도 자유로워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2년여 동안 시장 조사를 벌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무엇보다 크리머에 대한 개선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양유업 측은 특히 크리머에 사용하고 있던 합성첨가물 ‘카제인나트륨’에 주목했다. 커피 크리머는 93%의 식품원료와 7%의 합성첨가물 원료로 구성되는데 이 합성첨가물 중에서도 카제인나트륨은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주요 원료였다. 회사 측은 이 카제인 첨가물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은 크리머를 완성해 특허를 출원했다. “유가공 전문업체로서 반세기 동안 쌓은 노하우가 제품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남양유업 관계자는 전했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돌풍은 예상보다 거셌다. 출시 6개월 만에 대형마트 판매 점유율에서 네슬레를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30년 가까이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커피믹스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남양유업은 최근 원두 커피믹스 제품인 ‘루카’를 새롭게 출시했다. 또 편의점 파우치 아이스커피 시장과 고급 컵커피 시장에도 연이어 진출하면서 커피 전문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루카’는 특히 품질이 커피전문점의 커피 못지않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커피 전용 공장 완공 이후에는 커피믹스 제품의 수출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까지 매출 2조 원 돌파를 목표로 세운 남양유업은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조 원을 커피 사업 분야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이미 지난해 첫 수출 테이프를 끊었다. 중국에 1000만 봉(100만 달러 상당)을 실어 보낸 데 이어 미국, 호주, 카자흐스탄으로도 각각 900만 봉, 300만 봉, 160만 봉을 선적했다.

남양유업은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믹스가 품질 면에서도 세계 커피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국내 커피시장을 지배했던 메이저 업체들은 외국계라는 한계점이 있어 해외 시장 개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순수 국내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살려 해외 시장 개척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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