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고종이 즐겼던 진한 동치미 국물 맛으로 늦더위 싸악∼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농심 ‘둥지냉면’


냉면은 더위가 7월에 비해 한풀 꺾인 8월에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식이다.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가 1849년 쓴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는 냉면을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냉면은 메밀이 많이 나는 이북 지역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추운 겨울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뜨끈한 아랫목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유명해 동국세시기는 ‘한겨울 음식으로는 평안도의 냉면이 으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냉면은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회냉면, 물냉면, 비빔냉면, 칡냉면 등 다양한 재료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평양식 냉면이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물냉면이라면 맵고 새콤한 양념에 홍어나 가자미회를 넣어 먹는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이 함흥식 냉면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나박김치에 육수를 합해 국물을 쓰는 나박김치냉면도 있고, 남부지방에서는 육수를 생선으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냉면도 각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한국 전통 한식인 셈이다.

식품업체들은 우리의 전통 음식인 냉면을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한 그릇에 1만 원에 육박하는 냉면 맛을 집에서도 낼 수 있다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식품 기업인 농심은 동치미 냉면에 주목했다. 고종황제가 나랏일을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배동치미 냉면으로 시름을 잊었고, 수시로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동치미국수를 배달시켜 편육과 배, 잣을 얹어 먹었다는 기록 등을 연구한 것이다.

농심은 고종황제가 즐기던 배동치미 냉면의 원형을 연구한 끝에 2008년 ‘둥지냉면’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둥지냉면 물냉면’은 국내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에 국내산 배를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하며, ‘둥지냉면 비빔냉면’은 배를 듬뿍 넣고 홍고추를 직접 갈아 만든 비빔장을 저온에서 7일간 숙성해 깔끔한 맛이 난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미료 범벅인 냉면육수와 달리 둥지냉면 맛의 뿌리인 동치미 육수는 국내산 무와 배를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다”며 “국내 청정지역에서 무를 들여와 저온 농축한 뒤 파와 고추, 마늘, 생강 등과 함께 직접 발효를 시켰다. 발효된 동치미 육수에 유산균을 배양해 28도에서 약 5일간 숙성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선조들의 장독대에서 익힌 개운한 동치미국물 맛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동치미 육수에 호주산 소고기로 만든 육수를 첨가해 담백한 뒷맛을 살렸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둥지비빔냉면 맛의 비밀도 제조방식에 있다. 비빔양념은 국산 배를 기본으로 홍고추, 파, 생강 등을 갈고 물에 불린 뒤, 맛의 어울림을 위해 열처리 대신 저온에서 7일간 자연 숙성시켰다는 것.

농심은 “전통 방식을 살린 냉면 제조법을 그대로 산업화해 균일한 품질의 둥지냉면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둥지냉면의 독특한 면발도 눈에 띈다. 둥지냉면은 세계 최초 건면 형태의 냉면으로 면발을 새둥지처럼 말아 바람에 그대로 말리는 ‘네스팅(Nesting)공법’이 적용됐다.

네스팅 공법은 이탈리아의 파스타 제조기술과 농심의 면 제조 노하우가 결합된 것으로 면을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려 상온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식품기술이다.

좋은 재료와 과학이 만난 덕분에 둥지냉면의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8년 170억 원, 2010년 190억 원, 2011년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8월 현재까지 160억원 매출을 냈다.

농심은 올해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둥지냉면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 단백질이나 비타민, 유산균을 보충해 요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둥지냉면 물냉면 한 봉지에 삶은 계란과 고기 고명을 곁들이고 과일과 김치 등을 올리면 보다 훌륭한 냉면 요리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동치미국물에 편육과 배, 잣을 얹어 휘휘 저어 먹었던 고종황제의 그 냉면처럼 말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