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쁠 때 좋은 인재를 확보해야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최근 신규 채용에 나선 A증권 인사담당자)
“불황에 대응하려면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한 B증권사 인사 담당자)
주식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증권업계의 인력 채용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기존 인력까지 감원하는 곳이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는 곳도 나타났다.
한화증권은 7일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인턴사원 최종 면접을 진행했다. 이번에 선발된 인턴사원은 1년 후 모두 정규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9월 최종 선발된 학생들은 내년 10월 입사 때까지 학업과 인턴십을 병행하게 된다.
면접을 마친 곽소진 양(안양 금명여자정보고교)은 “입사하기 1년 전부터 일과 공부를 함께 배운다는 게 너무 기대된다”며 “이런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고교 2학년을 미리 선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우수한 고졸 인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인턴 형식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이와 별도로 최근 60명의 고졸 사원을 뽑았다. 이들은 10월부터 각 지점 창구에서 일하게 된다. 한화증권이 고졸 채용을 부활한 것은 이번이 10년 만이다.
KDB대우증권도 하반기 채용을 늘릴 방침이다. 올 상반기 30명을 뽑은 데 이어 하반기에 50명을 뽑기로 했다. 7월부터 업무를 배우고 있는 인턴사원 70명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졸 공채를 추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약 100명의 대졸자를 채용할 계획이고 동부증권은 20∼30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눈길을 끄는 것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증권업계가 최근 인력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영업 중인 63개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수는 1분기 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0.37%(166명) 줄어든 4만4238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168개 점포 가운데 40여 개를 통폐합하면서 1분기에만 78명을 감원한 회사도 있다.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는 회사도 많다.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KB투자 증권은 올 한 해 신규 인력을 뽑지 않는다.
경기가 나쁠 때 인력을 줄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불황기에 인력을 뽑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불황기 때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좋은 인력을 뽑아놓아야 성장 잠재력이 커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경기가 좋아졌을 때 뒤늦게 인력을 뽑으려다가 성장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사람을 뽑는 회사가 결과적으로 더 잘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불황에도 사람을 자르지 않는 회사가 조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국 연구에 따르면 인력 해고 시 주식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연구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연구가 둘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어떤 전략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다만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호황이 왔을 때 조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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