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신입공채 학력-영어성적 안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고졸신화 장인수 사장 ‘4년제 대졸’ 자격 제한 폐지

오비맥주가 4년제 대학 졸업자만 응시할 수 있었던 신입사원 공채에서 학력 제한을 없애고 채용과정에서 영어 성적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사진)은 24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출신학교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장 사장은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하고 1980년 ㈜진로에 입사해 33년간 주류영업의 외길을 걸은 끝에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고졸 신화’의 대표적인 인물로 학력의 한계를 딛고 일어선 그가 ‘제2의 장인수’ 발굴에 나선 것이다.

외국계 펀드 KKR가 대주주인 오비맥주가 입사시험에서 영어성적을 따지기 않기로 한 것도 “영어성적을 요구하면 고졸 출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장 사장의 판단에서다. 그는 “회사 생활에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므로 외국계 기업이라고 천편일률적으로 영어 구사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류 도매상이나 주점, 식당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하는 영업사원은 영어를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로 이직하면서 ‘영어를 쓰지 않겠다’는 조건을 관철했던 장 사장의 고집이 신입사원 채용에까지 이어진 셈이다.

‘여자가 하기엔 거친 일’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기피해온 영업부문도 여성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장 사장이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한 2010년부터 시험적으로 여성을 영업직 인턴사원으로 채용해왔다. 장 사장은 “주류 영업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3개월간 영업 인턴 프로그램을 거쳐 여성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더니 긍정적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지난달 말 새로 만든 명함에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휴대전화번호 외에 기존에 쓰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함께 새겼다. 명함에 휴대전화번호를 적지 않는 다른 대기업 CEO들과 달리 국내 최대 맥주업체의 사장이 됐지만 앞으로도 현장을 챙기며 ‘발로 뛰는 영업’을 하겠다는 뜻에서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오비맥주#신입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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