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계열사에 이른바 ‘통행세’로 불리는 부당한 유통마진을 챙겨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가 최근 근절 방침을 밝혀온 그룹 계열사를 통한 통행세에 대한 첫 처벌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간접구매 형식으로 계열회사를 부당지원한 롯데피에스넷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6억4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롯데피에스넷은 2008년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그룹계열 유통매장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ATM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2년간 총 1500대의 ATM을 사기로 했다.
공정위 당국자는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현 롯데그룹 회장)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지원하기 위해 이 회사를 ATM 구매거래 과정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ATM을 제조업체에서 직접 사지 않고 롯데기공에서 ATM을 주문받았다.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롯데기공에서 707억 원어치의 ATM을 구입했고, 이 과정에서 보일러 전문 제작업체인 롯데기공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도 41억 원의 중간마진을 남겼다.
ATM은 사업자가 전국에 6개에 불과하고 설치 후 유지보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업체가 끼기 힘든 구조다. 공정위 측은 “일반적인 수요업체는 제조사에서 직접 ATM을 구매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게 일반적인 거래 관행인데 롯데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발표에 대해 롯데 측은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은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신 회장이 지시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롯데 측은 “롯데기공이 자동판매기 제조개발 경험을 활용했고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는 등 ATM 사업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단순구매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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