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없어도 구글은 만든다… 공익 기여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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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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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X’ 프로젝트팀 이끄는 美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신념을 밝히는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신념을 밝히는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구글의 목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최첨단 기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는) 상업성이 없고 너무 먼 미래에 이뤄질 일이라면 그만두겠지만 구글은 투자합니다. 그 점이 위대한 것입니다.”

구글의 펠로(최고 연구위원)이자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이기도 한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45)는 1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를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트룬 교수는 구글의 비밀연구소인 ‘구글 X’라는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 무인차나 ‘구글 글라스’처럼 놀라운 신기술이 나온다. 구글 글라스는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가 최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구글 I/O)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안경형 컴퓨터다.

그의 꿈은 최첨단 기술로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다. 무인차는 그 꿈을 현실화할 대표적인 기술이다. “무인차 기술은 컴퓨터로 도로교통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합니다. 무인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때가 오면 인류는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지요. 100년 동안 사고 없이 운전할 수도 있어요.”

트룬 교수는 그가 18세 때 가장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자신의 곁을 떠나는 걸 지켜본 뒤 언젠가 무인차를 개발해 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구글에 합류하기 전인 2005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는 로봇형 자동차 대회 ‘그랜드 챌린지’에 구글 무인차의 조상 격인 ‘스탠리’로 출전해 우승했다.

최근에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그래서 무인차의 첫 테스트 드라이버로 시각장애인인 스티브 머핸 씨를 선택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전신마비 과학자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초청해 무인차 시승 기회를 제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보 12일자 A1면
‘한국의 호킹’ 전신마비 이상묵 교수 구글 무인車 체험


그는 “무인차 기술이 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장애인을 상대로 무인차를 테스트하기 전에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몰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구글 X’ 프로젝트팀은 공익적 기술 개발에 계속 매진할 계획이다.

어렸을 적에 즐겨 봤던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 나오는 ‘키트’처럼 “여기로 와!”라는 주인의 명령에 잽싸게 달려오는 자동차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물었더니 트룬 교수는 “법적인 문제를 주의 깊게 공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무인차가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규제가 만만치 않다. 미국 네바다 주는 무인차를 처음으로 합법화했지만 ‘운전할 때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무인차를 운행하면서 구글이 운전자의 위치정보 같은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으로 생각하면 트룬 교수는 규제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키트만큼 똑똑한 무인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트룬 교수는 기술이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유다시티’라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일종의 사이버 대학으로, 스탠퍼드대 등 미국 최고 대학의 교수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모든 세계 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만든 것이다. 학위를 주지는 않지만 강의 평가, 시험까지 대학과 똑같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운틴뷰=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구글#공익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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