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주인찾기’ 또 실패… 장기 표류하나

  • 동아일보

MBK, 주가하락에 포기… 유력 거론 롯데도 신중
전자랜드도 M&A 난항

유통업계 인수합병(M&A)전에서 가전양판점 양대 매물이 표류하고 있다. 작년 이후 시장에 나왔던 1위 하이마트와 4위 전자랜드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됐다.

하이마트는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 주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3대 주주 에이치아이컨소시엄이 하이마트 지분 매각을 위해 MBK파트너스와 맺었던 우선협상 계약이 2일부로 종료됐다고 3일 공시했다. 1, 2, 3대 주주는 하이마트 지분 62.25% 매각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계약에 정통한 관계자는 “MBK는 매각 주간사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우선협상 기간을 2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MBK가 써낸 가격이 주당 8만 원대 초반인데 협상기한 마지막 날인 2일 종가가 4만8350원에 머물자 계약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BK는 지난달 29일 본입찰이 열린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하이마트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꼽히던 롯데는 “아직 하이마트 인수에 다시 나설지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1차 입찰에 참여했던 이마트와 SK네트웍스는 하이마트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마트의 점유율은 34.9%로 매력적이지만 유진그룹이 재무적 부담 때문에 하이마트를 꼭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사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려는 전략적 투자자(SI)가 더 낮은 가격에 하이마트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일 이마트도 전자랜드 인수 작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자랜드가 협상 과정에서 용산점 같은 일부 부동산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이마트와 인수 조건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랜드는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면 독자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대 가전양판점의 M&A가 표류하는 것은 불황에 따른 영향과 적정가격에 대한 견해차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전은 경기가 부진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품목이다. 값이 비싼 데다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안 사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에서 1∼6월 가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4% 줄었다. NH투자증권은 하이마트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4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주인’은 가격을 높이려고 하는 반면에 ‘미래의 주인’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하이마트#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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