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작은 사치’… 나노제품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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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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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근 문을 연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소용량 판매 전문점 ‘크레센도’ 매장,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소용량 와인 패키지, CJ오쇼핑이 출시한 하루 치 화장품 세트 ‘오하루코스메틱’. 각사 제공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근 문을 연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소용량 판매 전문점 ‘크레센도’ 매장,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소용량 와인 패키지, CJ오쇼핑이 출시한 하루 치 화장품 세트 ‘오하루코스메틱’. 각사 제공
혼자 사는 직장인 홍모 씨(31)는 요즘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가 부쩍 늘면서 소포장된 제품을 즐겨 구매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제품은 값이 싸도 버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양념류는 잘 보관해야 하지만 홍 씨가 거주하는 원룸에는 그럴 만한 공간도 없다.

1인 가구 및 소가족이 늘며 적은 용량으로 쪼개서 파는 ‘나노(nano) 제품’이 인기다. 최근에는 각종 양념이나 곡류 등을 아주 적은 양으로 파는 전문 매장까지 생기고 있다. 이들 나노 제품은 대용량 제품보다 값이 2배 이상 비싸지만 버리는 것 없이 신선한 제품을 그때그때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상의 작은 소비행위에서 양보다 질을 선호하는 ‘작은 사치족(a little indulgence)’의 등장도 나노 제품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압구정본점 식품관에 독일의 천연식품 브랜드인 ‘크레센도’ 매장을 열었다. ‘시식형 소용량 판매’를 내세운 크레센도에서는 고객들이 오일, 식초, 천연양념 등을 티스푼으로 미리 맛보고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다. 현재 프리미엄 오일(11종), 식초(10종), 후추 소금 커리 같은 천연양념(16종) 등 총 40여 종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 단위는 100, 250, 500mL 등 세 가지. 오일은 이 가운데 100mL가 가장 많이 팔린다. 보통 오일의 판매 단위인 1L에 비하면 10분의 1 분량이다.

현대백화점 공산품팀의 박정현 과장은 “외식보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선호하고, 버리는 음식을 최소화하려는 알뜰한 소비층이 늘면서 크레센도를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의 식품관에는 다양한 유기농 잡곡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뷔페처럼 한줌씩 구입하는 ‘라이스바’도 인기다. 여러 잡곡을 섭취하려는 웰빙족과 이유식을 먹이는 엄마들이 주 고객층이다.

대형마트에선 ‘조각과일’과 ‘컵 과일’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사과, 토마토, 포도, 파인애플, 오렌지 등 조각과일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3% 늘었다. 여러 과일을 조금씩 섭취하고 싶어 하는 독신 고객이 늘자 이마트는 조각과일 품목을 기존 10개에서 15개로 늘렸다. 기존 조각과일을 반으로 더 잘게 쪼갠 ‘미니 조각과일’도 새로 출시됐다.

편의점에서도 기존 제품보다 양을 최소화한 제품의 선호도가 높다. 세븐일레븐은 얼마 전 독신, 맞벌이 가구를 위한 180mL 소용량 와인 패키지와 소포장 곡류 9종, 반찬 6종을 내놓은 데 이어 70g짜리 커피원두를 선보였다. 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이 운영하는 CU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세탁세제는 750g짜리 미니 사이즈가 올해부터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을 훌쩍 넘었다”며 “최근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상품의 특징은 한마디로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했다.

먹는 제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시장에도 잘게 쪼개 파는 제품이 등장했다. CJ오쇼핑은 하루 치 분량으로 포장된 색조 메이크업 세트인 ‘오하루코스메틱’을 판매한다. 이 세트에는 자외선차단제와 BB크림, 알약 형태로 포장된 립글로스, 립스틱, 섀도 등 색조 화장품 6종류가 담겼다. CJ오쇼핑 측은 “무거운 화장품을 갖고 다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여성층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나노제품#크레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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