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아 씨 “여성들이여… 스스로 꿈 접는 ‘개인 유리천장’ 깨라”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여성 최초 맥킨지 디렉터 승진… 김용아 씨의 ‘여성리더십’

김용아 맥킨지 디렉터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게 지금도 쉽지 않다”고 말했지만 매일 아침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습관을 익혀 회사 업무와 집안일 모두 잘해 내는 것으로 평판이 나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용아 맥킨지 디렉터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게 지금도 쉽지 않다”고 말했지만 매일 아침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습관을 익혀 회사 업무와 집안일 모두 잘해 내는 것으로 평판이 나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유리천장’보다 스스로 꿈을 포기하는 개인적 ‘유리천장’부터 깨야 합니다.”

세계 최고 컨설팅 회사로 꼽히는 맥킨지에서 최근 한국 여성 최초로 디렉터(고위 임원급)로 승진한 김용아 씨(39)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되는 이유보다 ‘어떻게 하면 될까’를 먼저 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디렉터는 1999년 맥킨지 선배인 남편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동시 합격했고, 2005년 최연소 파트너로 승진한 ‘슈퍼우먼’이다. 디렉터로 승진한 것은 아시아 여성 중 일본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 그는 정작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가장 경계했다. 일만 앞세우면 가정 문제가 불거져 일도 더 오래할 수 없고, 제풀에 지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자신감”이라며 “동료와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하면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롤 모델이 부족한 여성들은 멘토가 꼭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에게도 한국, 미국 등에 다양한 경력의 멘토 15명이 있다.

맥킨지의 장점으로는 능력 중심의 문화를 꼽았다. 1996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에 입사한 그는 당시 면접에서 “여성 컨설턴트를 프로젝트에서 빼달라는 고객 회사에 ‘프로젝트를 맡지 않겠다’고 거절한 적이 있다”는 면접관의 말을 듣고 꼭 이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한국 대기업 면접에서 “상사의 차 심부름을 할 수 있느냐” “결혼 후에도 다닐 거냐”는 질문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맥킨지에는 여성에게 좋은 직장이 남성에게도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흔히 여성이 출산 등으로 업무가 힘들 때 이용하는 파트타임 근무 방식을 서울사무소에서 가장 먼저 활용한 이도 재충전이 필요했던 한 남성 직원이었다.

김 디렉터는 2003년 팀장으로 일하며 출산을 경험했다.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얻고 아이를 키우며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말하고 사고하는 법을 깨달았다”면서 “출산으로 얻은 게 잃은 것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의료개혁에 대한 책도 이때 썼다.

그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항상 일에 끌려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MBA 진학을 준비하며 남편과 사귈 때 “MBA에 같이 갈 생각이 없으면 연애하지 말자”고 선언했을 정도로 강단도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리더가 아니다. “남을 의식해 좋은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토대로 개선점과 대안을 조언해주는 ‘존경받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김 디렉터의 꿈은 언젠가 강단에 서는 것이다. 작은 경험도 공유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지난해 한 여중생이 보낸 “컨설턴트가 되고 싶으니 만나 달라”는 장문의 편지에 홍콩 출장 일정을 늦췄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였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용아#맥킨지 디렉터#여성리더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