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사상 최대 1조4000억 환치기 일당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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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출을 중개하고 1조4000억 원대의 불법 외환거래로 탈세를 조장한 '환치기'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불법 외환거래 규모로는 관세청이 개청한 이래 가장 컸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밀수출을 알선하고 불법으로 외환 거래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관세법 위반)로 환치기 업자 이모 씨(45), 환전상 강모 씨(여·58)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운반책인 일본인 2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12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07년부터 5년간 130여개 대일(對日) 무역업체들과 짜고 의류 등을 일본에 밀수출하고, 물품 대금은 일본인 현금 운반책이 현금으로 밀반입한 뒤 국내 환전상을 통해 엔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법으로 불법 외환거래와 탈세를 저질렀다. 불법외환거래만 대행해주는 일반 환치기와 달리 밀수출부터 대금회수, 불법자금조성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신종 수법을 동원한 것.

세관 관계자는 "기존 환치기는 국내와 해외에 각각 계좌를 개설한 뒤 국내 계좌로 한화를 입금하면 해외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외국돈으로 보내는 형태였다면 이 씨는 신종 환치기로 세관의 눈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환전상 강 씨도 가담해 일당을 도왔다. 강 씨는 이 씨로부터 건네받은 돈을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다른 외국인에게 환전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으며, 5000달러 이상 환전에 대한 신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5000달러 이하로 쪼개서 환전하기도 했다.

이 씨는 동대문 일대에서 수출물품 포장 등 무역업체를 운영하다 2007년 신종 환치기 수법을 개발한 뒤 다른 무역업체들을 끌어들였다. 업체들은 매출을 누락시키고 현찰을 챙겨 탈세를 할 수 있었고 이 씨 등은 5년 간 수수료 등 명목으로 39억 원을 챙겼다.

제보를 받은 세관은 지난달 공항에서 일본인 A 씨에게서 여행가방 2개를 전달받은 이 씨를 미행해 소재를 파악한 뒤 사무실을 덮쳐 증거를 확보했다. 이 씨가 받은 여행 가방에는 3억2000만 엔(약 47억 원)이 현금 다발로 담겨 있었다. A 씨는 가져온 돈을 사업자금으로 허위 신고하고 이 씨에게 돈을 건넨 뒤 바로 출국해 지명수배됐다. 세관은 앞으로 환치기에 가담한 130여개 무역업체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 매출 누락, 자금세탁, 재산도피 여부 등을 따져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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