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몰리는 □□□ 있어야 新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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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3구 빌딩

최근 A증권사 VVIP(초고액자산가) 영업점에 50대 대기업 임원 고객이 찾아왔다. 그는 “금액에 상관없이 중소형 빌딩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형 빌딩은 최소투자 규모가 30억 원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만만치 않아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든 투자상품. 하지만 그는 “수입이 있을 때 대출을 받아 사두면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꼭 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런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유로존 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더블 악재’ 속에서 강남 부자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몰려가는 곳은 따로 있었다.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와 부동산 컨설팅업체, 경매정보업체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즘 최고 인기 투자처는 중소형 빌딩이다. 아파트에서 중소형 빌딩으로 갈아타려는 고액자산가의 투자대열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까지 합세하면서 중소형 빌딩은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 품귀 현상 빚는 중소형 빌딩


빌딩정보업체인 ‘원빌딩부동산중개’에 따르면 50억 원 미만 중소형 빌딩의 매매건수는 2010년 235건에서 지난해 302건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3월 말까지 68건(잠정치)의 매매가 이뤄지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등기 완료가 되지 않은 물건까지 더하면 100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업용 빌딩의 투자수익률도 오름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과 6개 광역시, 경기 일부 지역에 있는 사무용 건물의 투자수익률은 직전 분기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 법원경매시장에서도 빌딩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지역 근린상가 낙찰가율은 올해 1월 97.7%로 지난해 2월(98.8%) 이후 가장 높았다. 중소형 빌딩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되거나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경우도 나온다. 올해 1월 3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근린상가는 감정가(5억5506만6990원)보다 45%가 높은 8억600만 원에 낙찰됐다.

중소형 빌딩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은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선호했다. 지난해 거래된 빌딩 635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4건이 강남 3구에 위치했다. 허혁재 미래에셋증권 WM컨설팅팀 차장은 “부자들의 투자목록에서 아파트가 제외되고, 10억 원대 상가나 30억∼50억 원대 중소형 빌딩으로 갈아타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부자의 기준이 ‘강남 3구 아파트’에서 ‘강남 3구 빌딩’ 보유로 바뀌는 셈”이라고 말했다.

○ 시세 차익보다는 임대수익 선호

아파트나 토지 등으로 부를 축적해온 한국 부자들이 최근 중소형 빌딩 투자로 돌아선 것은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를 겪으며 부동산 투자기준이 ‘시세차익’에서 ‘임대수익’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주택시장 침체와 유럽발 재정위기가 더해지면서 자산가들이 마땅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어졌다”며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는 베이비붐 세대까지 몰리면서 현재 빌딩매매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빌딩도 시세 상승이나 대지 지분이 많은 곳을 노리는 과거와는 달리 임대수익이 탄탄한 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역,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를 비롯해 홍익대, 이화여대 앞, 명동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기대수익률도 은행 금리의 1.5배 정도인 6% 정도로 높지 않게 책정한다. 인기 지역인 강남3구는 수익률 5%를 밑도는 곳이 75%에 이르는데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현재 수익률이 낮더라도 상가 권리금·임대료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고, 고가 임차료를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증가 추세여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3.4%에 불과하던 자산가들의 건물·상가투자가 향후 24.5%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선혁 원빌딩부동산중개 팀장은 “빌딩은 입지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공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新부자#빌딩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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