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만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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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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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양극화 해소 등 좌파진영 정책… 우파 경제학자들 정책토론회서 ‘반격’

4일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경제민주화의 개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영재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교수,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교수, 신석훈 한경연 선임연구원,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송원근 한경연 기획조정실장.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4일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경제민주화의 개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영재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교수,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교수, 신석훈 한경연 선임연구원,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송원근 한경연 기획조정실장.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19대 총선에서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구호를 외쳤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새 국회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진보좌파 세력은 이 용어를 앞세워 재벌 개혁, 양극화 해소, 대-중소기업 관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주의 우파 학자들이 “경제민주화는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보완하는 예외적인 조치여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 “시장경제가 원칙, 경제민주화는 보완”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우파 성향의 학자들을 초청해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2012 대한민국에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들은 법과 경제학, 철학적 측면에서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살핀 뒤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현재 진보진영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제민주화의 헌법적 근거로 꼽히는 헌법 제119조 2항에 대해 “이를 만능 규범이라고 여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 선임연구원은 “119조 2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1항을 보완하는 의미”라며 “2항에 따라 국가가 시장에 개입할 때라도 국가 권력의 남용을 통제하는 헌법 원리들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를 예로 들어 경제민주화는 경제성장이라는 바퀴의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 역할만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 “잘못 사용되는 단어” 비판도

이념·철학적 측면을 살핀 신중섭 강원대 교수(윤리교육과)는 아예 최근 경제민주화가 유행하는 것을 ‘잘못된 언어 사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권위주의 사회를 경험한 한국에서 ‘민주화’는 성스러운 느낌을 갖게 됐고, 사람들은 내용이 어떻든 경제민주화를 무조건 좋은 걸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경영에 시민과 종업원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장경제야말로 진정한 경제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승자 독식은 시장보다는 오히려 선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1위 사업자가 바뀌고 ‘사표(死票)’가 발생하지 않는 시장경제는 정치 시장의 투표에 비해 훨씬 정교하다는 것이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연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 원장은 “경제민주화는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된 만큼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 개념의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헙법#한국경제연구원#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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