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에잇세컨즈, SPA 판을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잇세컨즈’ 사무실은 이미 가을겨울이었다. 부처님오신날 연휴를 앞둔 금요일 오후였지만 사무실은 가을겨울 옷 샘플을 가져온 협력회사들과 이를 살펴보는 직원들로 북적였다. 안선진 에잇세컨즈 기획담당 팀장은 “가을겨울 옷 막바지 상품 기획이 한창”이라며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매장 수가 늘어나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사진)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토종 유통·제조 일괄형(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6월 1일로 출범 100일이 된다.

○ 사업계획 공격적으로 전격 수정

올 초만 해도 에잇세컨즈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예상이 적지 않았다. 신사복과 고급 여성복만 해온 제일모직이 자라의 디자인력과 속도, H&M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유니클로의 가격경쟁력 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을 오픈한 지 88일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유통재벌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대형 쇼핑몰 등지에서 먼저 해외 입점 의뢰가 들어왔다. 불황을 모르던 해외 명품마저 울상 짓고 있는 요즘, 에잇세컨즈를 만드는 제일모직의 자회사 개미플러스의 직원 100여 명은 1년 넘게 계속되는 야근도 즐겁다는 분위기다.

부처님오신날 휴일을 맞은 28일 서울 중구 명동 에잇세컨즈 매장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에잇세컨즈 측은 “대구 동성로, 대전 은행동, 부산 서면 등 지방 구도심 상권의 상가주들도 매장 입점을 제안해 오는 등 전국적으로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부처님오신날 휴일을 맞은 28일 서울 중구 명동 에잇세컨즈 매장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에잇세컨즈 측은 “대구 동성로, 대전 은행동, 부산 서면 등 지방 구도심 상권의 상가주들도 매장 입점을 제안해 오는 등 전국적으로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강남역 상권에서 ‘만남의 장소’로 통하는 뉴욕제과 자리에 8월 에잇세컨즈 매장이 들어서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서울 명동, 신사동 가로수길에 이어 강남역이 차기 글로벌SPA 대전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뉴욕제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에잇세컨즈는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 및 H&M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터다. 안 팀장은 “서로 엇비슷한 조건에서 마지막 순간 ‘토종 브랜드’라는 애국심에 호소했던 전략이 유효했다”고 웃었다.

에잇세컨즈는 당초 내년까지 5개 매장을 유지한다는 신중한 사업계획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월 말 오픈 보름 만에 사업계획을 ‘공격적’으로 전격 수정했다. 점포를 올해 12개, 내년 3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오픈 첫날부터 예기치 않게 소비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기 때문. 안 팀장은 “매장 수가 확 늘어나니 사람이 모자라서 매일 면접을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약 50명을 더 뽑을 것”이라며 “기획팀은 사업계획서를 다시 쓰고, 생산팀은 공장에 가서 물량을 늘려 달라고 하느라 올여름 휴가도 반납했다”고 말했다.

○ 가로수길 평정하고 해외로

글로벌SPA 대전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월 매출 11억 원을 내며 자라, 포에버21 등을 모두 제치면서 에잇세컨즈의 자신감은 급상승했다. 직원들도 ‘우리가 가로수길을 평정했다’는 자부심으로 사기가 크게 높아졌다. 가로수길점은 특히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부들이 카페에 들르듯 자주 단체로 와 매출을 끌어올려줬다. 평균 고객 1명당 한 번에 쓰는 돈이 약 4만 원인데 한 주부는 한 번에 120만 원을 쓰기도 했다.

권오향 에잇세컨즈 디자인담당 전무는 “빨리 많은 양의 의류를 파는 것보다는 스트레스에 지친 고객들이 되도록 편한 환경에서 패션을 즐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요즘 에잇세컨즈 직원 20여 명은 오전 8시부터 중국어 수업을 듣는다. 중국 진출 시기를 2014년으로 당초보다 1년 앞당겨 당장 중국사업팀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에잇세컨즈는 제일모직 상하이법인을 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현지 법인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 팀장은 “중국의 첫 점포도 서울의 가로수길처럼 상하이의 제일 ‘트렌디’한 곳에 크게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에잇세컨즈#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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