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한미FTA 대비 4대입법부터”

  • 동아일보

■ 입법조사처 “내달초 ISD 첫 교섭… 안전장치 마련 시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발효됐지만 12월 대선까지는 살아있는 이슈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 최대 쟁점이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6월 초 ISD 조항의 수정을 위한 첫 교섭에 들어간다. 19대 국회는 초반부터 협상 내용을 둘러싸고 상당한 격론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ISD 재협상 외에도 국회 차원에서 국내법과 제도를 가다듬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0일 발간하는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주요 정책 및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19대 국회의 입법과제를 제안했다.

① FTA와 상충 시 국내법 우선 되도록

미국에서는 국내법인 연방법 및 주법이 한미 FTA와 충돌할 경우 국내법이 우선 적용된다. 행정조치계획(SAA)에 ‘미국의 권리와 의무에 합치하지 않은 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 반면 한국은 국내법과 통상조약의 우선순위를 규정한 법이 없다.

올해 1월 제정된 ‘통상절차법’에서 당초 미국과 유사한 규정을 두려 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통상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입법조사처는 “조약의 국내 적용에서 연방헌법의 규정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② 국제 중재보다 국내 법원 찾도록 유도

외국인 투자가는 한국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의해 손실을 볼 경우 국내 소송과 국제 중재를 놓고 저울질을 하게 된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쪽을 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법에는 한미 FTA상 보상 기준인 ‘투자에 근거한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대’를 구체화한 규정이 없다. 입법조사처는 “국내법에 한미 FTA 관련 보상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적 권리가 모호할 경우 국내 사법절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③ 국내외 투자자 간 보상 차별 없애야

ISD에 따른 미국인 투자자와 한국인 투자자의 역차별도 다뤄야 한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해 토지 이용을 원천봉쇄할 경우 미국인 투자자는 ISD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헌법소원을 통해 보상입법이 뒤따라야만 구제받을 수 있다. 이는 한미 FTA상 ‘간접 수용’ 개념을 국내법에 도입해 풀 수 있다. ‘간접 수용’은 정부 규제로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제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④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의 공식화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자본 유치에 나서면서 한미 FTA와의 충돌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투자 조치 관련 협의를 정기화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야당 소속 지자체장이 정부와의 협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법제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지자체의 조례 등으로 한국 정부가 ISD에 제소될 경우 국가배상법의 취지를 살려 지자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 투자자-국가소송제(ISD) ::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현지의 부당한 정책이나 법으로 피해를 볼 경우 현지 법원이 아닌 국제기구에 제소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미FTA#19대 국회#4대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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