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 씨(35)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 ‘디아블로3’를 하려고 3일 동안 휴가를 냈다. 디아블로는 게이머가 캐릭터를 선택한 뒤 게임 속 다른 캐릭터를 무찌르면서 아이템도 얻고 전투능력도 높이는 게임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기자가 ‘그런 게임을 즐길 때는 지났다’고 말하자 “디아블로를 보면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PC방에서 밤을 새우던 추억이 떠오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2000년 6월 출시됐던 전작 ‘디아블로2’의 마니아였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게임을 중단했다고 한다.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스마트혁명 시대가 되면서 불과 몇 년 전의 최신기술도 금세 구닥다리가 돼 버린다. 이에 대한 반작용일까. 김 씨처럼 잊혀진 정보기술(IT)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도 늘고 있다. 아빠가 어릴 때 즐기던 게임을 아들이 함께 하기도 한다. IT기업들도 이 같은 ‘복고 바람’에 주목하고 있다. 》 ○ 추억의 카트라이더
한때 잘나가던 넥슨의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는 이용자가 꾸준히 줄다가 올해 1분기(1∼3월)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지난해 4분기(10∼12월)의 2.5배(248%) 수준으로 급증했다. 동시 접속자 수는 같은 시간에 접속한 게이머의 수로 해당 게임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카트라이더는 귀여운 캐릭터가 나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게임이다. 2000년대 초 담배 연기 자욱한 남성들의 공간이었던 PC방에 여성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10대들이 점차 외면하면서 지난해 동시 접속자의 수는 전성기인 2005년의 10%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비결은 넥슨의 ‘추억 마케팅’. 이 회사는 게임 캐릭터인 ‘다오’와 ‘배찌’를 TV 개그 프로그램이나 야구장에 노출하기 시작했다. 넥슨 관계자는 “카트라이더에 대한 열정이 식었던 30대 이상이 캐릭터를 보고 옛 기억을 되살리면서 다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에서 부활한 옛 콘텐츠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오락실용 게임도 스마트폰용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는 1980년 일본 반다이남코게임스가 개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팩맨’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으로 다시 만들어 3월에 내놓았다. 팩맨은 몬스터를 피해가며 미로 속에 놓인 쿠키를 먹는 게임으로 단순함이 매력이다.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내려받는 ‘전화 꾸미기’ 같은 서비스도 재조명되고 있다. 일반 휴대전화 시절에는 SK텔레콤이나 KT 같은 이동통신사가 이용자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배경화면과 같은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휴대전화 제조사가 만든다.
스마트폰 등장 후 사라져가던 휴대전화 배경화면 시장이 최근 관련 앱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네오엠텔이 내놓은 배경화면 꾸미기 앱 ‘맥스홈 런처’는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일부 기종에서만 쓸 수 있지만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다운로드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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