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유럽 재정위기 ‘불씨’에 코스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Greece와 탈퇴를 뜻하는 Exit의 합성어)’ 리스크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4개월여 만에 1,900 선을 내주고 말았다.
코스피가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그리스 사태가 꼽힌다. 그리스의 연합정부 구성이 지연되면서 결국 재총선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급진좌파정당이 1당으로 부상해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연정 구성을 설득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연정 구성시한인 17일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로선 연정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이미 기정사실화하며 유로존의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뱅크런)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스페인 이탈리아마저 ‘유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면서 너도나도 안전한 ‘대피처’를 찾아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주변국들의 뱅크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대형 폭탄’을 막기 위해 유로존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14일 스위스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그리스를 달래는 발언이 이어졌다. 재무장관들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난센스이고 선전전일 뿐”이라며 그리스의 탈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악재는 그리스 사태만이 아니라 이웃국가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유니크레디트은행과 인테사산파올로은행 등 이탈리아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하며 이탈리아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도 6.3%로 또다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17일까지는 불확실성 때문에 코스피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코스피 1,900 선은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때 9배 이하인 저평가 국면에 들어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문제를 지켜봐야 하지만 1,900 선 이하는 상당히 저평가된, 매력적인 구간인 만큼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 전체가 가격조정이 되면서 저가 주식은 많아졌다”며 “오히려 이 같은 시기가 실적에 대한 신뢰가 높은 업종을 잡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시장을 관망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일시적 위기일 뿐 지난해 8월과 같은 신용경색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다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