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료여행 당첨”… 참 뻔뻔한 사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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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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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451배로 뽑아 4만명에 공과금만 챙긴 여행사 2곳 과징금 부과

30대 회사원 김모 씨는 2010년 2월 영화관에서 받은 복권식 경품응모권이 3등에 당첨됐다. 상품은 ‘제주도 2박 3일 숙박 및 렌터카 여행권’. 여행권에는 “제세공과금 9만6800원만 내면 44만 원짜리 제주도 여행상품을 무료로 준다”는 여행사의 설명이 붙어 있었다.

김 씨는 곧바로 여행사에 돈을 입금하고 해당 여행사의 사이트에 접속해 날짜를 예약하려 했지만 넉 달 뒤까지 일정이 꽉 차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김 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여행사는 “이미 환급 기간이 지났다”며 거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경품 응모권에 당첨됐다며 무료로 여행을 보내주는 것처럼 속여 여행상품을 판매한 여행사 레이디투어에 32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같은 수법을 쓴 제주티켓에는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또 이들의 수법을 알고도 함께 경품이벤트 행사를 벌인 CGV, 롯데시네마, GS칼텍스 등 34개 업체에 대해서는 경고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여행사는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극장, 주유소 등과 제휴해 경품이벤트를 벌이면서 당첨됐다고 고객을 속여 제세공과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이들 업체가 제공한 44만 원짜리 제주도 여행상품의 실제 가격은 제세공과금 명목으로 받은 9만68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레이디투어와 제주티켓의 대표이사는 부자(父子) 관계로 사실상 같은 회사다.

또 이들은 더 많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응모권에는 300∼500명만 당첨된다고 표시해놓고 이보다 수백 배 많은 당첨권을 찍어냈다. 레이디투어가 응모권에 표시한 당첨자는 5260명이었지만 실제 찍어낸 당첨권은 451배인 237만 장이었다.

당첨자가 크게 늘자 이들 업체는 예약 폭주를 이유로 당첨자의 예약을 받아주지 않았고 환불 요청도 거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에게 9만6800원을 입금한 4만3914명의 당첨자 중 실제 제주도 여행을 간 사람은 1만5000여 명에 불과했으며 최대 1만 명 정도가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공정위는 최근 콘도, 리조트 무료회원권 당첨을 빌미로 보증금을 받아 챙긴 뒤 돌려주지 않는 사례, 피부관리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화장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경품이벤트 사례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이런 가짜 경품이벤트의 경우 제세공과금으로 내는 비용이 실제 구매가와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벤트에 당첨되면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상담센터(1372)로 문의하라”고 당부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무료여행#사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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