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어… 이 자동차, 한국거야? 일본거야? 미쓰비시 ‘R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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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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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VR’를 운전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이었다. 조작버튼의 배치부터 엔진의 회전 질감, 핸들링의 느낌까지…. 마치 한국산 SUV를 운전하는 느낌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게 없다. 미쓰비시는 과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업계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다. 국산차가 지난 1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는 과정에서는 역으로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산 차를 벤치마크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서로를 배워 온’ 경쟁상대가 최근 출시한 차에서 국산차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심지어 미쓰비시는 한국 자동차부품업계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반갑다는 생각도 든다. 미쓰비시는 수입사이던 대우자동차판매의 수입차사업 철수로 1년여간 국내 수입이 중단됐다. 특히 RVR는 지난해 대우자판의 철수 당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가 무기한 연기됐던 모델이다. 어쨌든 소비자로서 선택의 폭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RVR의 제품성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최고출력 150마력인 2L급 가솔린 엔진의 성능은 일상 주행에 별문제가 없고, 공인 연료소비효율도 L당 12.4km(4륜구동 기준)로 무난하다. 안락함 위주로 세팅한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은 제법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무단변속기(CVT)를 사용하는데, 운전대 주변에 패들시프트(손가락으로 운전대 옆 버튼을 눌러 기어 수를 바꿀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수동 6단 모드를 지원하는 것은 이 가격대에서는 흔치 않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외관 디자인도 딱히 거슬리는 부분은 없다. SUV치고는 다소 좁은 적재공간(최대 384L)은 아쉬울 수 있다.

안전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주고 7개의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으며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2012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난함은 다시 말해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3000만 원대 중반의 ‘수입 4륜구동 SUV’라는 가격적 강점은 도드라진다. 국산 동급 SUV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가격은 2륜구동 3190만 원, 4륜구동은 3490만 원. 두 모델 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며 디젤 모델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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