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행운의 여신’과 함께하는 오스카리브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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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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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오스카리브맨 in 오 나의 여신님


‘BMW는 자동차만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입니다. BMW는 사실 자동차보다 이륜 바이크를 먼저 만들기 시작한 회사입니다. 1923년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을 만들었고,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것은 이보다 5년 뒤인 1928년의 일입니다.

BMW는 바이크 사업부문인 ‘BMW 모토라드’를 통해 90년에 달하는 기간 자동차 못지않게 다양한 이륜차들을 남겼습니다. 그중 일부는 세월을 뛰어넘어 바이크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BMW의 ‘오스카리브맨’은 심지어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도 비중 있게 등장할 정도니까요.

1988년부터 최근까지 24년째 연재를 계속하고 있으며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으로도 제작된 후지시마 고스케(藤島康介)의 ‘오 나의 여신님’은 얼핏 보기에는 전형적인 하렘물(여러 명의 이성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내용)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찬찬히 보다 보면 작가의 바이크와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3명의 여신이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를 밑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공대생 모리사토 게이이치는 우연히 여신(女神) 베르단디를 만나게 되고,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무심코 평생 함께 있어 달라고 대답합니다. 둘째 베르단디를 비롯한 여신 3자매와 게이이치가 함께 살아가며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이 만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단순한 연애물로 전락할 수 있었던 이 만화가 장수하는 배경에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수많은 바이크와 자동차, 그리고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있습니다. 이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바이크 지식을 쌓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실물로는 보기 힘든 ‘역사 속 명차’를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자동차부 부장을 맡게 된 게이이치의 애마는 BMW의 오스카리브맨. 바이크 본체 옆 부분에 동승자 전용칸(사이드카)이 달린 모델입니다. ‘배트맨과 로빈’에도 등장하는 동승 형태의 바이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죠. 바이크에 사이드카를 부착하는 형태가 확산된 것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전투력 증강을 위해 사용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만화 중간 중간에는 게이이치가 이 바이크를 타고 레이싱 대회에 나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요. 사이드카는 단순히 1명을 옆에 더 태울 수 있는 부속장치가 아닙니다. 코너링을 돌 때 동승자가 재빨리 몸을 기울여 무게를 이동해야 원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나아갈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바이크 본체에 타고 있는 운전자의 기술만으로는 레이싱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죠.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게이이치와 베르단디는 대회에서 연전연승을 기록하며 애정을 키워갑니다. 바이크를 사랑하시나요? 언젠가는 당신의 사이드카에도 행운의 여신이 타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이진석 기사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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