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단순한 운송수단일 수도, 오감(五感)을 동원해 느낄 수 있는 도락(道樂)이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외관과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는 폭발적인 질주능력 외에도 진정한 명차로 인정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소리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귓가를 때리는 강렬한 엔진의 배기 소리는 소음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자연스레 고조감을 일으키는 엔진 소리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때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자동차 마니아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차의 엔진 소리를 녹음해 두고두고 감상할 정도다. 무조건 조용한 차가 반드시 미덕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고급 자동차업체들은 인공적으로 엔진 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엔진의 회전 속도에 맞춰 배기 소리가 달라지게 만드는 기능인 ‘사운드 제너레이터’라는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엔진의 회전 속도가 높아지면 보통은 고주파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역할은 이 소리를 듣기 좋게 가공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인 마세라티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엔진과 배기소리를 개발하기 위해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켰다. 레인지로버는 지난해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보크’에 말레가 개발한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달았다. 속도를 내면 엔진음을 더욱 강하게 내는 기능이다.
렉서스의 스포츠세단 ‘뉴 GS 350’이 엔진회전수(RPM) 2000 정도로 달릴 때 내는 엔진음의 크기는 60∼65dB(데시벨). RPM이 3000을 넘으면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더 높은 73dB의 소리를 낸다. 5000RPM에서는 82dB에 달해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낸다.
BMW의 스포츠카 ‘Z4’,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 ‘골프 GTD’에도 비슷한 기능을 달았다. 현대자동차도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 3.8’에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달아 거친 고주파음을 맹수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로 가공했다.
하이브리드카(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해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친환경차)는 저속으로 달릴 때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아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한몫한다. 실제로 엔진이 돌아가지 않아도 비슷한 소리를 인공적으로 낸다. 이유는 너무 조용하면 보행자가 차의 접근을 깨닫지 못해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실험 결과 하나. 영국의 고급차 전문 보험회사인 히스콕스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급차가 내는 소리는 듣는 이의 성적 흥분을 자극한다고 한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고급 스포츠카에서 나는 소리를 피실험자에게 20분간 들려주고 타액을 채취해 검사해보니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다’는 여성 피실험자도 고급 스포츠카의 소리에는 비정상적인 흥분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가 소형차가 내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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