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정부 수입 설탕’… 식품업계 “검증안돼” 시큰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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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가공협회 1곳만 계약 체결

“검토는 해봐야죠. 그런데 검증이 안 돼서….”

정부가 수입한 설탕을 두고 나오는 식품업계의 반응이다.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 원당 가격이 내리는데도 국내 설탕 값은 요지부동”이라며 상반기 1만 t을 비롯해 올해 4만5000t을 수입해 직접 팔겠다고 밝혔다. 19일 말레이시아산 설탕 2000t이 들어왔지만 막상 식품업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나마 정부와 공급계약을 한 곳도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한 곳뿐. 이 협회 관계자는 “올해 설탕 1350t을 받아 회원 1000∼2000명에게 시중가격보다 약 10% 낮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기업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수입을 맡은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는 지난달 26일까지 공개입찰 또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설탕을 공급받을 업체를 모집한다고 공고했으나 업체들의 호응도가 낮아 공개입찰 방식은 포기했다. aT와 따로 공급 협상을 하고 있는 한국팥류가공업협회도 전체 설탕량의 10∼20%만 정부 물량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aT는 “설탕 수입 원가가 t당 850∼900달러인데 정부가 수입하는 설탕 원가는 760달러”라며 가격경쟁력을 강조하지만 기업들은 품질이 검증되지 않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설탕의 순도가 낮으면 음료에 이물질이 생기거나 색이 노래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정부의 수입물량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 설탕 몇 1000t을 쓴다 해도 전체 사용량에 비하면 미미한 실정이어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말했다. 그는 “원가에서 설탕 비중은 음료가 10∼15%, 과자가 8∼10%”라고 덧붙였다.

현재 연간 국내 설탕 소비랑은 95만 t이다. 국내 설탕 시장의 97%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사가 점유하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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